한국일보

고독이란 병이 아니다

2016-11-01 (화) 김근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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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또한 인생의 후반기가 되면, 사람들 특히 남성들은 떨어지는 낙엽을 머리에 이고 괜히 우울해지면서 고독을 겪게 된다. 한국의 철학교수 김형석은 “고독을 병(病)” 이라고 까지 불렀다. 요사이 증후군이란 단어를 많이 쓰고 있다.

우울해지는 증세가 있으면 ‘우울증후군’이라고 하여 신경정신과에서는 하얀 알약을 처방하고 있다. 알고보면 ‘고독’이란 병도 철학자들이 심심해서 만든 병명이요, 우울증도 정신과 의사가 만들어낸 병명이라면 과언일까. 가만히 둬도 저절로 낫게 되는 병이다.

고독과 우울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겨울나그네이다. 고독할 때마다 우울할 때마다 약을 먹고 인위적인 안정을 찾아보자는 것은 흡사 겨울이 춥다고 건너뛰어보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고독이라고, 우울이라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배가 고파봐야 배를 불릴 수 있고 어두운 후에야 빛이 찾아오듯이 고독과 우울도 모두 필수불가결한 인생의 사계절이다.


겨울나그네를 작곡한 슈벨트에게 고독과 우울이 없었던들 주옥과 같은 작품을 창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예수의 ‘군중속의 고독’이 없었던들 우리 죄인들의 앞길은 어떻게 되었을까. 구약의 욥도 부인으로부터, 친구들로부터, 건강으로부터 배신당하는 혹독한 고독을 겪었었다. 다윗도 슬프고 고독할 때마다 시편을 지어 자신을 위로했다.
지난 9월10일은 ‘세계자살방지의 날’이었다.

한국은 OECD국가 중 자살1위국이라고 한다. 자살(suicide)의 첫째 이유는 고독과 우울인데 특히 한국의 노인들이 외로워죽겠다며 스스로 선택하는 병이라 한다. 또한 기독교인들의 자살 숫자도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기독교의 신앙과 희망에 심각한 병폐가 노출되는 한 ‘신앙불감증후군’이 아닌가. 독일신학자 몰트만은 세계대전 후 신앙과 희망을 잃은 사회와 교회에 ‘희망의 신학’을 던져주었다.

이 논문의 주된 골자는 ‘예수는 우리의 소망(골1;27)’이다. 예수가 만든 신약을 먹으면 우울도 고독도 이길 수 있다고 바흐도 그의 칸타타에서 노래하고 있다. 정몽주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이런 시를 지어 주었다. 그리고는 오히려 잡당들과 희희낙락 어울리지 말고, 고득을 선택하라고 하였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김근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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