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꾸라지 한 마리!

2016-10-29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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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태어나고 시골에서 자랐다. 시골엔 동네마다 우물이 있다. 동네 사람들은 우물을 서로 공유하며 물을 먹는다. 우물은 땅에서 솟아난 샘물로 항상 차 있고 맑고 깨끗하다. 수돗물이 들어오기 전이라 우물물은 늘 청결해야만 했다. 그런데 어디서 언제부터 생겼는지 우물물에는 미꾸라지들이 살고 있는 게 아닌가.

깨끗하고 정결한 우물물에 미꾸라지 한 마리가 휘휘 젓고 다니면 우물물은 깔려있던 흙들이 흐트러지며 금방 흐려지고 만다. 이렇게 흐려진 물은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다시 깨끗해지고 맑아진다. 물을 길으려 왔던 동네 사람들은 미꾸라지 한 마리가 만들어 놓은 흙탕물로 인해 물은 긷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와야 한다.

최순실. 최순실이란 미꾸라지 한 마리가 대한 반도 중 남쪽나라를 온통 진흙바닥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여기엔 박근혜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어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고개 깊이 숙여 사과를 했다. 그러나 사과만으로 어디 흙탕물이 금방 깨끗하고 맑아질 수가 있다던가. 온통 남쪽 반도는 최순실 때문에 벌집을 쑤신 듯 어수선하다.


도대체 박근혜대통령하고 언니, 동생 했던 최순실은 누구인가.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최순실(1956~)은 대한민국의 기업인으로 2014년 2월13일 최서원으로 이름을 개명했고 박근혜의 측근으로 세간에 알려진 인물이라 돼 있다. 아버지는 최태민이고 1995년 정윤회와 결혼해 딸 정유라를 두었으며 두 사람은 2014년 이혼했다.

북한의 김정은이가 얼마나 좋아하고 껄껄거릴까. 남남갈등이 대한민국이란 나라 남한 내에서 스스로 대통령에 의해 저질러졌으니 배꼽을 잡고 웃고 있을 것 같다. 어쩌다 남한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수습을 하긴 해야 하는데 수습할 길이 막막해 보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통령이 국기를 어지럽혔으니 누가 수습을 한단 말인가.

대통령이 국가기강을 어지럽힌 건 구체적으로 무얼까.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의 이유는 대통령 연설문이 비선 실세라는 최순실에게 사전 유출되고 일부 수정되기까지 했다는 것에 있다. 박대통령은 사과문에서 “취임 후 일정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물은 적이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 된 후에 그만뒀다”고 한다.

대통령은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며 국민여러분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고 했다. 순수한 마음, 순수해야 할 게 따로 있지. 최씨의 컴퓨터엔 청와대의 인사 발표 전 유출된 청와대비서실장 교체 자료와 수석비서관회의 문건 등이 들어있었다고 하니 청와대비서들은 무얼 하고 있었을까. 한심하다.

1960년 4월19일. 4.19혁명이 일어 난지 일주일 후인 4월26일, 이승만대통령은 3.15부정선거의 책임을 지고 하야했다. 4.19혁명을 누가 주도했는가. 대학생들이다. 이번 박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대해 대학생들의 움직임이 만만치가 않다. 일부 대학교의 학생들은 박근혜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시위에 들어가고 있음에다. 한숨만 나온다.

대학생뿐만 아니다. 야당은 야당대로 대통령하야를 외치고 있다. 나라가 이쯤 되니 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특별수사본부가 마련돼 수사를 하려하고 있으나 최순실을 비롯해 그와 관련된 또 다른 의혹인 미르재단과 K스포츠 관계자들은 한국을 빠져 나와 유럽이나 중국에 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완전 술래잡기다.

한 나라의 대통령은 그 나라의 기둥이다. 기둥이 무너지면 집이 무너진다. 기둥인 대통령이 무너지면 그 나라는 어떻게 될까. 나라가 이런 때일수록 백성들은 좀 더 냉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나라가 있어야 백성도 있으니 그렇다. 일부 여당과 보수 내에서도 박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대해 실망의 목소리들이 높다. 어찌해야 할까.

최순실은 자진해 한국으로 들어가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 매듭은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 박대통령은 국정을 추스르든, 하야를 하던 자기가 자신을 묶었으니 스스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나라를 도탄에 빠지게 할 줄을 그 누가 알았으랴! 김정은이 배꼽잡고 웃고 있겠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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