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장간 이야기

2016-10-27 (목) 민경수/ 목사•장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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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나는 지금 대장간 어디에 놓여진 연장일까?

대장간에는 세 종류의 연장이 있다. 첫째로, 오래되어 망가지고 무뎌지고 녹슨 연장들이 고철더미 위에 쌓여 있다. 대장장이에게 불필요하고 자신의 임무를 망각한 연장들이 거미줄로 뒤덮인 한쪽 구석에 놓여 있다.

둘째로, 뜨겁게 달구어져 부드럽게 녹아진, 어떤 모양으로든 변형 가능한 연장들이 모루 위에 놓여 있다. 각자에게 주어진 책임을 받아들인 연장들이 모루 위에 놓여 대장장이의 손길로 다듬어지고 있다. ‘모루(Anvil)’란, 대장장이가 불에 불린 쇠를 올려놓고 두드릴 때 받침으로 사용하는 쇳덩이를 뜻한다.)


셋째로, 날렵하고 자신의 역활에 충실하여 언제든 사용할 수 있게 준비된 유용한 연장들이 있다. 이 연장들은 주어진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언제든 대장장이가 사용할 수 있도록 연장통에 준비되어 있다.

이처럼 우리 신앙인들 가운데, 첫째로 한때는 쓸모 있었지만 지금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한쪽 구석에 쓸모없이 버려져 있는 사람들이 있다. 실패한 인생, 사장된 재능, 꺼져가는 열정, 산산조각 난 꿈들... 이들은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지루한 나날을 보내며 고철덩어리와 뒤섞인다.

둘째로, 어떤 사람들은 모루 위에 다시 올려진다. 활짝 열린 마음, 재기를 위한 갈망, 상처의 치유, 맑고 깨끗한 비전... 이들은 새롭게 빚어져 부름 받게 되기를 고대하며 대장장이 하나님의 고통스런 망치질을 달갑게 받는다.

셋째로, 또 어떤 사람들은 대장장이의 손에 들려 있다. 제대로 단련되어 옹골찬 모습으로 반짝반짝 빛을 내며 창조적인 활동을 한다. 이들은 아무 것도 바라는 것 없이 모든 것을 내어 맡긴 채 하나님의 손놀림에 화답한다.
매섭게 몰아치는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베드로를 생각해 본다. 그는 새벽 닭 울음소리에 통곡하며 눈물을 흘렸다. 주님을 세 번이나 부인한 죄가 생각나 회개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주님은 새롭게 부르셔서 새로운 사명을 맡기셨다. 주님을 사랑하느냐? 라고 동일하게 세 번을 질문하시고, “네”란 동일한 답을 세 번 들으시며, 주님은 베드로에게 주님의 양을 치고 먹이라고 새로운 사명을 주셨다.

또 늘 신앙인들의 옆에서 붙드시는 신실하신 하나님을 떠올려 본다 (시 37:24). 하나님은 우리 신앙인들을 일생을 통해 빚고 계신다. 비유하면 우리들은 항상 하나님 손안에서 “공사 중” (under construction) 이며, 늘 “수리 중” (in repair)이다.

나아가 모세를 회상해 본다. 그는 하나님께 가까이 다가갔다. 그 때 그에게 주님의 음성이 들렸고, 그는 사명을 받았다. 그리하여 그는 관원과 속량하는 자가 되어 하나님의 집에 충직한 사환이 될 수 있었다.

하나님의 모루 위에서 다시금 연단을 감당하기 위해, 고철더미를 떠나 풀무불 속으로 여행을 떠나려 한다. 아직 인생이 끝이 아니며 “하나님이 선택하신 도구”라 불리는 특권이 여전히 기다리고 있기에, 용기를 내려 한다.

다시금 하나님께 쓰임받는 연장이 되기 위해, 베드로처럼 눈물로 회개하며 하나님의 손에 자신을 내어 놓고, 모세처럼 주님께 더욱 가까이 가려 한다. 주님! 저를 다시금 빚어 주시옵소서!

<민경수/ 목사•장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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