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시기에 좋았더라’

2016-10-15 (토) 07:21:56 고영준 아트 디렉터/ 에지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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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는 대선 시즌이다. 수많은 대선 공약들 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이슈는 바로 자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내셔널리즘으로, 현대 사회에 만연한 대중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을 더욱 부채질 하는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 이런 풍조는 자신들 스스로의 우월함을 강조하면서 1등, 2등 국민을 나누고, 사회적 양극화를 가속화시킨다.

산드라 블록 주연의 ‘The Blind Side’라는 영화가 있다. 멤피스 할렘가에서 사람들의 무관심을 넘어 부정적인 시선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마이클이라는 한 소년의 이야기다. 그가 바로 레이 앤(산드라 블록 분)을 만나 결국 모든 이들이 인정하는, 2010년대를 풍미한 미식 축구 스타로 성장한 마이클 올(Michael Oher)이다. 이 영화를 단지 마이클을 스타 플레이어로 이끈 새엄마 레이의 헌신적이고 인간적인 감동실화의 헐리웃 영화로만 볼 것은 아니다.

존 리 행콕 감독은 두 주인공의 감동적 관계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무엇이 그들을 그런 관계로 만들었는지, 또한 한 사람의 선의가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보여 주기 위해 노력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런 기적적인 일을 만들어 낸 어떤 것이란 게 무슨 특별한 것이 아닌,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만 단지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그런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영화에서 산드라 불록은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자신이 마이클을 입양한다는 사실에 대한 친구들의 반응을 본다. 그들은 매우 놀라워 하고 이상해 하고 걱정하면서 어쨌든 그녀가 흑인 아이를 위해 위대한 일을 해주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레이는 친구들에게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한 마디를 던진다. 자기가 마이클을 위해 무슨 일을 하는게 아니라 마이클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주고 있다고. "No, He's changing mine."이라고.

인생에 주연과 조연이란 것이 존재할까? 인생에서 주연으로만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믿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때로는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내가 조연이 되어 주는 것이 주연보다 값지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남을 인정하지 않는 마음이 그 길을 막곤 한다.

하나님은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았다고 하셨다. 세상에는 필요한 사람들만 있을 뿐 쓸모 없는 사람은 없다. 만약 쓸모가 없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 영화를 보시기 바란다.

<고영준 아트 디렉터/ 에지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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