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래하는 음유시인’

2016-10-17 (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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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해마다 10월이 되면 노르웨이와 스웨덴으로 이목이 쏠린다.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시즌이기 때문이다. 노벨상은 인간의 지적인 업적에 대한 공로를 인정하여 수여하는 상이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노벨상은 스웨덴 출생의 다이너마이트 발명가인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으로 태동했다. 그는 1833년 스톡홀름에서 태어났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실패로 러시아로 이민을 갔다. 일찍부터 조국을 떠나 러시아,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전전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공부를 했고 과학자의 길을 걸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광산용 폭탄을 연구하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했다. 다이너마이트는 19세기 수에즈 운하를 위시해 철도 건설과 항만, 다리, 도로 공사에 이용됐다. 그로인해 거부가 됐다. 세계적 유명인사도 될 수 있었다.


노벨은 1896년 사명하면서 전 재산 3,100만 스웨덴 크로네(당시 달러가치 약 900만 달러)를 노벨상 기금으로 남겼다. 그가 전 재산을 노벨상 기금으로 남긴 이유는 동생의 죽음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의 동생은 프랑스에서 갑자기 사망했다. 그 때 신문에 ‘죽음을 팔아 돈을 번 거부, 알프레드 노벨 죽다’라는 오보가 나갔다.

이 기사를 본 노벨은 자신의 삶을 깊이 성찰하게 됐다. 그 후 노벨상을 제정했다. “내가 남긴 전 재산을 현금화하여 노벨상 기금을 조성할 것이며, 이 기금의 운영에서 나오는 이자를 가지고 매 해마다 인류에게 최대의 혜택을 제공한 인물에게 5개 분야의 상을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유언을 남긴 것이다.

경제학상은 노벨의 유언과 관계없는 상이었다. 스웨덴 국립은행 창립 300주년 기념으로 1969년 새로 추가됐다. 그래서 노벨상은 물리, 화학, 생리의학, 평화, 문학과 경제학상 등 전부 6개 분야가 됐다.

제1회 노벨상 시상식은 노벨이 사망한지 5주년이 되던 1901년12월10일 거행됐다. 이후로도 시상식은 매년 같은 날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거행되고 있다.

이달 들어 어김없이 각 부분의 노벨상 수상자들의 이름이 발표되고 있다. 올 노벨문학상 수상자로는 노래하는 음유시인 밥 딜러(75)이 선정됐다. 이미 1996년부터 후보로 거론되긴 했지만 ‘깜짝 발표’였다. 그동안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인사에게 문학상의 문호를 개방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의심의 눈초리가 시어이자 예술로 칭송되던 딜런의 노랫말에 결국 무너졌다. 드디어 노래를 직접 작사, 작곡해서 반전을 노래하면서도 아름다운 은유를 구사하고 평화와 자유를 갈구하는 서정적인 시어를 다루는 딜런의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대중가수가 1901년 첫 시상 이래 116년의 역사상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참으로 반가웠다. 좋아하는 추억의 포크송을 부룬 가수라 그렇다. 한국의 학생운동에 기여(?)한 인물이라 더 그렇다. 한국 포크가수에게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고맙고 친근한 느낌마저 든다.


한국의 포크가수 여럿이 딜런의 영향권에 있다고 한다. 양희은, 김민기, 서유석 등이 지대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광석 같은 후대에 등장한 가수들 역시 딜런의 곡을 번안해서 불렀다. 그 중에서도 정통 DNA를 이어받은 가수로 김민기가 꼽히고 있다. 김민기가 직접 부른 ‘아침이슬’, ‘친구’, ‘내 나라 내 겨레’ 등이 그렇다. 창법이나 가사가 전하는 메시지에서 동질성을 쉽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젊은 시절 금지곡이던 ‘아침이슬’, ‘친구’ 등을 알음알음 들을 때 먹먹한 감정에 빠져들면서도 위안을 얻던 회색빛 추억은 아련할 뿐이다.

매년 10월 노벨상 계절이 오면 우울했다. 한국 수상자를 찾아볼 수 없는 남의 잔치였기 때문이다. 올해도 노벨문학상 후보로 점쳐지는 유일한 한국작가 고은 시인의 수상 소식은 물거품이 됐다. 민주화 운동을 하고 다양한 종류의 시를 쓴 고은 시인은 노벨상을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좋아하는 타입의 후보인데도 말이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여하튼 올해 수상자인 노래하는 음유시인 밥 딜런의 포크송을 들으며 내년을 기약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 아닌가 싶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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