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비자가 원하는 것

2016-10-14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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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중심인 맨하탄 타임스퀘어, 전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대형광고판을 설치하여 전세계에서 뉴욕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에게 자신의 나라와 기업을 광고하는 곳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요지의 광고탑에 삼성과 현대 자동차 선전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요즘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글로벌적 망신을 당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차례 리콜(결함 보상)을 시행해도 배터리 발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지난 11일 제품출시 54일만에 갤럭시 노트7의 조기단종을 결정했다. 출시초기 방수와 홍채 인식 기능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갤럭시 노트7은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에서 발화사건이 일어나면서 사용중지당하는 굴욕을 당했다. 수백만대의 제품을 개발 생산 판매 보상하는데 드는 비용은 수조원에 달한다.

또 현대기아자동차는 2011~2014년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된 쏘나타 세타2가솔린 엔진 결함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을 받아 고객 수리비 전액을 보상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갑자기 엔진이 작동을 멈추거나 소음이 나는 해당 차량 고객 88만5,000명에게 무상엔진점검, 수리 견인, 보증기간 연장조치 등을 하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한번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엄청난 노력이 있어야 하고 그 결과를 보장 못한다는 점이다. 이 소비자 불신은 앞으로 상당한 댓가를 치를 것이다.

삼성과 현대는 그동안 탄탄한 기술력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왔고 품질과 가격 모두 좋다는 강점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왔는데 그 밑둥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또한 미국의 애플사, 중국 화웨이, 일본기업이 휴대전화 기술력 최고를 자랑하던 삼성의 갤럭시 노트7이 빠져나간 자리 쟁탈전이 벌어질 것이다. 10월4일 구글이 발표한 스마트폰 픽셀도 가세할 것이다.

세상에는 신제품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나오다보니 리콜 사태가 빈번하다. 하지만 이 사태를 어떻게 처리했느냐에 따라 기업이 흥하고 망하기도 한다. 2009~2010년 발생한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리콜사태는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회사를 절망에 빠지게 했지만 380만대의 차량을 리콜하여 바닥매트와 가속페달을 서비스 하면서 안정을 찾아갔다.
또한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이케아(KEA)는 압사사고를 일으킨 서랍장 리콜 사태를 맞아 소비자가 원하면 전액 보상해주고 그냥 사용하겠다면 직원이 집으로 와서 서랍장을 고정시키는 고리를 벽에 직접 박아주고 가면서 이 문제를 잠재우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 글로벌 기업 존슨앤존슨의 베이비 파우더는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이 베이비파우더는 모든 어머니들이 거의 다 사용했을 정도로 생필품이다. 아기를 샤워시킨 후 피부가 뽀송뽀송해지도록 새하얀 분가루를 아기의 엉덩이에 토닥토닥 두드려준 그 파우더에 암을 유발하는 탈컴 가루가 들었다고 한다. 존슨앤존슨은 베이비 파우더를 수십년간 사용한 여성이 난소암으로 사망하면서 낸 소송에 져서 5,500만달러를 유족에 배상할 것을 몇 달 전 판결받았다. 유해성 여부보다 이 가루가 유해하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회사측은 항소했지만 문제는 이와관련 소송이 1,200건이 달려있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가격 이전에 제일 먼저 품질이다. 품질이 좋으면 가격이 비싸도 구매한다. 무너진 기업의 이미지를 살리자면 잘잘못을 가려 책임을 져야 하고 자사의 홈페이지, 직원의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여 이번 일로 회사가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계속 홍보해야 한다.

미주한인들은 베스트바이나 코스코 등 가전제품 코너에서 삼성 로고를 단 전자제품을 보면 눈이 번쩍 뜨이고 거리에 현대기아 자동차가 지나가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삼성의 맞수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한 말이 있다. 좋은 말은 상대가 누구이든 내것으로 만들어도 된다.

“우리는 인간입니다. 우리는 실수를 합니다. 우리는 실수를 빨리 알아내죠. 바로 그것이 우리가 세상에서 고객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최고의 회사가 된 이유입니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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