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0월은 가정폭력 인식의 달

2016-10-10 (월) 김새남 뉴욕가정상담소 프로그램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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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가정폭력 방지의 달이다. 이는 1987년에 시작되어 올해로 30번째 해를 맞는다.
미국 의회로부터 정식으로 가정폭력 방지의 달이 선정된 것은 1989년부터이다. 약 30년 전부터 미국내 가정폭력 반대 운동의 목소리가 서서히 커져 사회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뉴욕가정상담소가 설립된 시기 (1989)와도 맞아떨어진다.

가정폭력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가정폭력 근절운동의 역사는 그에 반해 짧디 짧다. 남편이 아내에게 여러가지 이유로 폭력을 가하는 것은 전 세계 다양한 문명에서 공공연히, 때로는 법으로 허용되기까지 하는 당연한 풍경이었다. 그 긴 풍습과 사회 관습에 맞서 싸운 초기 활동가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얼마 전, 뉴욕주가정폭력반대연맹 (NYSCADV) 연례미팅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여러가지로 유익한 시간이었는데 가장 인상에 남은 것은 이 분야에서 수십년간 일해온 선구자적인 분들의 이야기였다.


기조연설을 한 Jill Davies변호사는 30여년간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법적 옹호를 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가정폭력 활동가나 프로그램들이 그려온 가정폭력의 ‘스토리’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말했다. 이제 막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생겨날 때인 80년대에는 가정폭력을 하나의 범죄로 인정하게 하는 것이 최우선의 문제였다. 그렇기에 활동가들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사회적/법적 보호가 필요한, 무고하고 가련한 존재로 어필해야 했다. 가해자 남편, 피해자 아내, 일방적 신체적 폭행. 이것이 그 당시에 그려진 그림이었다.

하지만 30년 후 지금, 많은 제도적, 사회적 발전이 있었다. 대중의 인식 고취, 법적 보호 제도, 피해자 권익 보장, 가정폭력 관련 복지 프로그램의 증가 등이 그것이다.

기본적인 조건이 좀 더 갖춰진 지금, 이제는 가정폭력에 대한 좀 더 다면적인 이해가 필요할 때이다. 지난 동안 가정폭력의 정의의 폭은 점차 넓혀져 왔다. 이는 남편/아내 사이에서만 있는 일도 아니며 멍든 얼굴에서만 보여지는 것도 아니다.

가정폭력은 결혼하지 않은 연애관계나 부모/자식간, 동성커플사이에서도 일어나고 심리적, 금전적 폭력도 엄연한 폭력이다. 피해자 모두가 무력하고 연약하기만 한 것도 아니며 폭력에 직접 대항하기도 한다. ‘피해자’라는 표현 대신 ‘생존자’라고 그들을 칭하기도 한다.

30년이 지난 오늘, 이 새로운 가정폭력의 그림을 포용하고, 가정폭력을 처벌해 마땅한 범죄로 인식하는 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 가정, 우리 사회의 행복을 위한 중요한 한 부분으로서 내 이웃의 일처럼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곳 뉴욕가정상담소도 물론 매년 10월이면 각종 행사로 바빠진다. 침묵 행진 (10/7), 봉사자 교육 (10/20), 퍼플 5K 달리기 대회 (10/22) ? 각기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 행사는 공통적으로 우리 커뮤니티의 참여를 장려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가정폭력 방지의 달을 맞아, 지역사회 모두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래본다.

<김새남 뉴욕가정상담소 프로그램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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