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벨상 밑그림

2016-10-10 (월) 한재홍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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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부러웠다. 노벨상 수상자에 일본인 이름이 오르기에! 나도 목사이지만 민족주의자였나 보다. 이제껏 왜인들에 대해 부러워했던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제는 노벨상에 이름이 오르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다. 하도 한국정부가 창조과학을 외쳐대기에 10년이나 20년 후에는 한국이름 석자가 호명되길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런데 며칠 전 방송된 뉴스가 고개를 가로졌게 했다.

신문고라는 프로에서 몇 개의 방산 중소기업의 실태를 보면서 기대를 접었다. 어떻게 국가가 중소 기업체를 저렇게 망가뜨릴 수가 있을까가 이유였다. 연평도 사건후 국산 자주포 생산을 늘리기 위해 국가가 필요하다고 해서 온 직원들이 밤잠을 못자고 물건을 만들어 주었더니 이리 빨리 만들 수 있는데 왜 전에는 그렇게 많은 시간을 소비하여 값을 비싸게 했느냐며 비리로 회사를 잡아 망가뜨렸다는 것이다. 이런 적반하장이 어디 있는가.

국가가 힘을 바르게 사용할 능력이 없으면 이는 국가라고 할 수 없다. 이 뿐이 아니다. 한 시골 농민이 자기 노력의 대가를 인정해 달라며 대모하다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 사경을 해매다 죽었다. 그때 의사가 그것도 한국에서 제일가는 대학이며 병원이 사망진단서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이런 나라에서 무슨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할 수가 있을까. 내가 알고 있는 그의 아버지는 경찰 고급공무원 퇴직 후 강남에서 서예를 하면서 깨끗하게 살았다. 그런데 아버지 후배에게 맞아죽었다고 한다. 참으로 어이없다. 그는 앞뒤가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 고향 벽촌에 내려가 소 기르고 농사짓고 살던 욕심 없는 소박한 농군이었다.
그동안 나는 한국인의 노벨상을 다른 곳에서 기대하고 있었다. 10년 전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임된 반기문 총장에게서다. 그는 세계평화와 빈민 해결을 위해 지구촌 현장에서 몸으로 맞부딪치며 일을 처리하는 인물이었다. 예를 들어 시리아 문제, 남북한 문제 등이다. 그런데 몇 달 후면 그의 임기가 만료된다. 그가 사무총장이 되었을 때 이 지면에 우리 커뮤니티에서는 그를 놓아주자. 큰 그릇으로 활동하도록 운신의 폭을 막지 말자고 글을 쓴 적이 있다.
한인사회에서 그를 위한 축하리셉션을 할 때도 그 자리에 참석했었다. 그때 반 총장에게 신앙생활을 열심히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그를 염려하며 하나님께 늘 기도 드렸다. 그런데 요즘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에게 내년 한국 대선에 출마를 권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정치판이 어떤 곳인가. 자칫하면 대통령이 되기도 전에 망신창이가 되고 대선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그의 인격과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고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그의 이름은 여당 내에서 조차 깎아 내려지기 시작했다. 차기 대선 출마에 본인이 기웃거리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그의 등을 떠미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튼 벌써부터 그의 이름이 심심찮게 도마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까마귀 싸우는데 백로야 가지마라.” 하지만 그에게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선택에 대한 책임은 무겁다. 이 무거운 책임을 질 수 있는 어른스런 사회가 될 때 우리 한국도 노벨상의 수상자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한재홍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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