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팔레스타인의 눈물

2016-10-05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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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전쟁은 11세기 말부터 200년간 기독교와 이슬람교 간에 일어난 전쟁이다. 1차 십자군은 수많은 유대인과 이슬람교도를 무참히 죽이고 예루살렘을 정복했다, 그후 시리아의 살라딘이 이집트를 점령하고 다시 예루살렘을 탈환했다. 십자군은 또 2차, 3차 연이어 예루살렘으로 진격했다.

3차 때는 영국의 젊은 왕 리차드 1세(33세)가 런던을 팔아서라도 원정준비를 해야 한다며 14개월을 준비, 6만 대군을 이끌고 수차례 전투 끝에 무수한 병력을 잃고 예루살렘 성 밖에 도착했다. 그때 남은 병사는 1만5,000명뿐이었다.

살라딘과 대치하던 리차드는 예루살렘 성을 함락하고 살라딘을 죽일 수 있었다. 그러나 성을 지켜내지 못할 것 같아 그냥 퇴각하다 인근 도시 자파에서 이슬람과 격전을 벌인다. 그 때 리차드의 말이 화살을 맞고 쓰러지자 이를 멀리서 지켜보던 살라딘이 부하에게 말을 그에게 갖다 주라고 했다.


리차드는 이 전투에서 대승하고 영국으로 돌아가 살라딘에게 편지를 띄웠다. 자금과 군사를 확보하면 다시 예루살렘을 정복하겠노라고... 살라딘은 이에 “내가 만약 예루살렘을 잃게 될 운명이라면 리차드 당신에게 잃고 싶소.”라고 답했다.

이와 같이 살라딘은 리차드에게 훌륭한 지도자, 리차드는 살라딘에게 이슬람을 정복한 위대한 지도자라며 서로를 존경했다. 최근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대통령이 서거하자 그의 장례식에 37명의 세계 정상급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고 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오랜 기간 적대 관계에 있는 나라이다. 이스라엘이 1948년 팔레스타인 땅에 나라를 세우고 팔레스타인을 몰아냈기 때문이다. 그 이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분쟁은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바스가 페레스의 장례식을 찾은 것은 2010년 이후 처음 그가 이스라엘을 방문, 1993년 중동평화 과정의 초석이 된 오슬로 협정 서명당시 외무장관이던 페레스와 동석했던 인연이 있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팔레스타인 측은 이날 우리도 페레스와 같이 평화를 원한다는 의사를 전하면서 함께 울었다고 한다. 이 얼마나 멋진 지도자들의 모습인가.

이 소식을 접하면서 남한과 적대관계에 있는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을 생각해 보게 된다. 남한을 향해 툭하면 불바다, 핵바다 운운하며 으름장을 놓는 김정은은 한미합동훈련의 강도가 높아지면 땅속으로 잠적하고 심지어는 지하통로를 만들어 비상시 중국으로 까지 도주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도 핵을 발사하며 인민들에게 승전의 기쁨을 안겨주라고 간부들에게 지시한다는 것이다.

지난 9월9일 진도 5.0 지진이 발진하자 북한의 주민들은 김정은이 또 핵실험을 했다면서 미친 짓이라고 하며 불만의 소리를 높여가고 있다고 한다. 이러고도 과연 김정은이 2500만 인민의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가.

김정은은 또 월스트릿 저널이 지난 10월1일 국군의 날 행사에서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기 바란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를 찬사하자, 분개해 남한전역을 잿더미로 만들겠다고 협박했다.

김정은은 이처럼 남도 아닌 동족에게 핵과 미사일을 들이대며 남한을 위협하고 있는데 이것은 올바른 지도자의 자세나 덕목이 될 수 없다. 김정은에게서는 정말 리처드나 살라딘, 페레스, 아바스와 같은 지도자 상은 기대 할 수 없는 것인가. 이제 외신은 북한의 핵 제거 방법은 김정은 제거뿐이라고 하면서 한국은 더 늦기 전에 자체 방어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그동안 북한이 꼼짝 못하고 있는 것은 주한미군과 미국의 전략무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언제까지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지금도 늦지 않았다. 자신이 진정한 지도자라면 남북한 7,000만 민족의 앞날을 위해 하루속히 핵을 포기하고 세계가 원하는 평화의 대열에 합류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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