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6년, 4/4분기

2016-10-01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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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빠르다.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라며 어느 가수는 세월의 감을 노래하기도 했다. 사계절이 있는 동부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어 계절이 바뀜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감지한다. 하지만 사계절이 아닌 봄과 여름, 가을 같은 날씨만 있는 남부에서는 그나마도 세월의 흐름을 감지하기 쉽지 않을 거다.

세월의 빠름 속에, 금년도 4분의3이 지나고 나머지 4분의1만 남았다. 지난 3분기, 9개월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가. 반성할 일은 반성하고 잘한 일들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더 힘써야겠다. 유난히 더웠던 금년 여름. 이젠 그 열기도 사라지고 쌀쌀한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니 겨울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되지 않을까.

금년이 가기 전 해야 할 가장 큰 일 하나가 남아 있다. 미국 대통령투표. 지난 9월26일, 뉴욕 홉스트라대학교에서 미대선 후보의 첫 티비(TV)토론이 있었다. 힐러리와 트럼프. 그동안 먼 거리에서 경쟁했던 두 사람은 이날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토론을 벌였다. 토론의 결과는 힐러리의 판정승. 모든 언론매체들이 그렇게 내렸다.


한인들, 특히 정치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이날 TV를 떠나지 않고 시청했을 거다. 사회자의 질문에 따라 본인의 관점을 2분씩 말한 후 서로의 단점을 들쳐 내며 격하게 토론을 벌이는 두 사람의 모습. 어느 드라마보다도 더 재미있는 볼거리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했다. 100분의 토론이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을 정도니까.

가는 시간을 잡을 순 없다. 그런데 사실은 시간이 가는 게 아니라 우리네 인생이 가는 거다. 공간과 함께 하는 시간은 항상 거기에 머물러 있다. 1만 년 전이나 1만 년 후나 그 공간에 그 시간이다. 인생의 달력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10월이 시작된 거다. 어김없는 사계절도 자연의 변화이지 시간의 감을 뜻한 건 아니겠지.

이렇듯 우리는 착각 속에 살아간다. 태양이 떠오른다며. 태양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돌아가 태양을 맞이하는 것인데. 그런데 착각은 또 망각 속에서 지워진다. 망각 안에서 늘 태양이 떠오르고 세월이 간다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쩌면 이것이 행복일는지도 모른다. 모르며, 잊으며, 시공(時空)안에서 늙으며 살아가는 것.

남은 4/4분기 중, 11월8일 화요일은 새 대통령이 탄생되는 날이다. 과연 누가 될까. 1차토론 후 지지율은 트럼프38%, 힐러리41%로 힐러리가 앞서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토론에서 한국을 논했다. 한국은 독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이 안보무임승차를 하는 나라라고. 그는 무식하게도 한국의 주한미군부담비용은 언급 안했다.

두 번 이혼, 세 번 결혼한 트럼프. 여러 번 파산도 했다. 파산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게 미국법이다. 지금 그는 억만장자다. 이런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 된다고? 법적으로 잘못될 건 없다. 그러나, 글쎄 올씨다! 힐러리는, 공적이메일을 사적으로 사용했다. 그는 토론에 나와 사과했다. 그리고 안보상 우국들의 동맹을 중시했다.

지난 세월을 보면 눈 깜짝할 사이다. 화살처럼 지난 듯하다. 금년의 3/4분기도 찰나처럼 지나가 버렸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아픔과 기쁨은 있다. 그 기억들이 마음의 시간과 공간에 남아 있음에야. 지난해 10월 암 수술을 받은 친구. 고통 속에서 보낸 시간은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흑암의 연속이었다며 고통의 신을 보았다고 한다.

하루가 1년 같은 고통. 그런 고통 속엔 시간이 멈춰 있음이 더 위로함과 안식이 되는 길일 게다. 살아있음 자체가 하나의 고통덩어리이기에 그렇다. 육신의 고통은 마음의 시간을 무한정 늘린다. 그러니 마음의 시간은 무한정 늘어날 수도 있고 수십 년의 시간을 단초에 집어넣어 삼켜 버릴 수도 있다.

낙엽 떨어지는 가을을 지나 12월이 되면 흰 눈도 내리겠지. 그 때엔 미국의 새 대통령도 뽑혀 있을 거고. 누가 되든 하늘이 허락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있겠지. 금년의 4/4분기. 한 해를 마감하는 주어진 3개월이다. 미처 못 한 것들 열심히 채우고 고통과 아픔 없는 남은 한 해가 되고 또 다음해를 맞이하기를 기원해 본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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