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위대한 문화유산

2016-09-28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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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750년 트로이인들은 트로이가 멸망한 후 대장 아이네이아스의 인도로 새로운 세상을 찾아 떠났다. 트로이가 함락되고 성이 불바다가 되었던 운명의 밤에 아이네이아스는 아버지와 아내, 어린 아들을 데리고 아수라장이 된 트로이 성을 겨우 빠져 나왔다. 그러나 그 난리통에 아내를 잊어버렸다.

그후 아이네이아스는 이탈리아 반도에 도착했다. 그의 아들 로물루스는 테베르강가에서 나라를 세워 자신의 이름을 본 따 ‘로마’라 명명하였다. 이로써 로물루스는 그 유명한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조상이 됐으며 로마는 카르타고와의 전쟁에서 승리해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그리고 그리스를 점령, 조상 아이네이아스의 한을 풀었으며, 로마는 그리스인을 노예화하지 않고 그리스 문화만을 가져왔다.

역사적으로 로마가 코트족과 훈족에게 망했을 때도 코트족과 훈족은 로마의 문화유산을 훼손하지 않았다. 로마는 이를 거울삼아 그리스를 점령하고도 문화유산은 그대로 보존시켜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은 한국을 36년간이나 식민지로 삼은 것도 모자라 한국의 수많은 문화유산을 훼손하고 도굴까지 해서 탈취해 갔다. 그들의 손에 넘어간 한국의 문화유산은 도자기는 물론, 많은 미술품과 서예작품, 그리고 탑에 이르기까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오늘날 일본이 세계인으로부터 야만인이라고 지탄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이다.


현세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국가 IS가 시리아와 그 외 여러 나라의 많은 문화유적을 파괴, 세상을 경악케 하는 것도 이들의 야만성 때문이다.

어느 나라든 옛것은 모두 그 나라와 민족의 혼이 담긴 고유한 문화유산이다. 그것은 우리의 현재 삶에 그대로 이어지면서 후손에게도 계속 전해져야 하는 소중한 유물이다. 그래서 전 세계 어느 나라든지 자기 나라의 독특한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각국의 전통문화는 조상들의 생생한 삶의 기록이고 역사이고 혼이 담긴 것으로 후손들은 그 유산을 통해 영감을 얻어 새로운 창조와 더불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는 것이다.

전쟁에서 이긴 승전국은 대부분 패전국의 역사와 혼을 말살하기 위해 먼저 그 나라의 문화유산을 탈취해 간다. 나폴레옹이 독일의 많은 예술품을 빼앗아간 것을 세계 제2차대전 때 독일의 히틀러가 이를 다시 찾는다는 명분으로 2만점 이상에 이르는 프랑스의 미술품과 조각품들을 조직적으로 탈취해간 것도 이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훗날 패전으로 문화유산을 잃은 나라들이 자국의 혼이 담긴 문화재를 다시 환수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도 조상의 혼과 발자취가 담긴 역사를 다시 찾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역사적 유물이 없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로마의 마죠람 황제는 누구든지 로마의 전통문화유산을 파괴하는 일에 허락을 하면 금 25kg의 벌금과 이를 실행하는 사람에게는 손을 잘라버리는 형벌을 내렸다. 이는 그만큼 국가의 문화유산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심어주기 위해서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각국의 고귀한 문화유산은 전쟁이나 사회, 정치적 불안 등과 자국민의 무분별한 행위에 의해 계속 파괴되고 있다.

오늘날 로마문화는 그리스 문화를 이양 발전시킨 것이며 한국문화는 일본이 훼손과 도굴까지 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상당부분 잘 보존돼 세계인에게 큰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이것은 온갖 어려움과 수난속에서도 문화를 지키려는 한민족의 강한 의지와 집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한인들이 설령 이국땅에 살더라도 한해도 거르지 않고 한 마음 한 뜻으로 모두 힘을 합쳐 코리안 퍼레이드를 성대하게 치르는 것은 조상이 남긴 문화유산을 전 세계 많은 민족에게 보여주면서 한민족의 위상과 얼, 그리고 자긍심을 확실하게 드높이기 위함이다. 어디에 살든 자국의 문화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민족의 집단은 와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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