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화융성은 말로만 되지 않는다

2016-09-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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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뉴욕한국문화원이 올들어 한인 문화예술인 단체와 지역 한인 단체들의 문화행사에 대한 지원을 전면 중단하고 나서 한국문화원에 대한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문화원은 뉴욕청과협회 추석대잔치, 뉴저지한인회 추석맞이 행사, 롱아일랜드한인회 한미축제, 퀸즈한인회 설 퍼레이드 행사, 뉴욕한국공연예술센터 정기공연 등 뉴욕•뉴저지의 대표적 한인 문화행사에 대한 지원금을 올해부터 전면 중단하고 나선 것이다.
또 코리안 퍼레이드에 매년 참가해 한국문화 전수에 앞장서고 있는 뉴욕한국국악원, 평화통일농악단, K-CON, 뉴욕취타대, 프라미스교회 국악선교 찬양단 등도 퍼레이드를 앞두고 현재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문화원은 한국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한인문화 행사들을 모두 지원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삭감된 지원금조차 한인동포 예술인들에게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유는 한국에서 온 예술인들의 공연이나 행사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콘텐츠 홍보에 예산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납득이 되지 않는 말이다. 뉴욕에도 실력 있고 이중언어에 능통한 한국문화 예술인들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연무대, 연습 공간, 활동경비 등 모든 것이 열악한 속에서도 꾸준히 주류사회에 한국 문화를 열심히 심어오고 있다. 뉴욕주 공립학교는 물론 도서관과 타민족 행사에 참여하며 한국전통문화를 알려온 것은 오로지 자긍심과 자부심 때문이었다. 이번 지원금 중단은 재외동포를 말로만 위하고 실제로는 무시하고 외면하는 처사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문화융성'을 3대 국가 경영의 핵심정책으로 강조하면서 정작 동포 문화행사 지원을 소홀히 한다는 것은 구호로만 문화융성을 외치는 꼴이다. 또 한국공연단체가 뉴욕공연을 했다는 전시효과만 보여주는 처사가 아니겠는가.

한류문화 확산의 거점역할을 해야 할 뉴욕한국문화원이 해외 한인단체의 지원금을 늘리지는 못할망정 중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행정은 해외 한인예술인들의 반발을 불러옴은 물론, 뉴욕한국문화원이 뉴욕에 계속 주둔해야 할 이유나 명분이 뚜렷하지 않게 하는 결과다. 차제에 한국문화원은 한국정부를 대표해 해외에 상주하는 이유를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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