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솔로 네이션

2016-09-24 (토) 12:00:00 유정민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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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밥 먹기. 혼자 영화보기. 혼자 여행가기. 혼자 살기. 이 네 가지는 결혼 전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들이었다. 그 당시 한국에서는 아직 혼자 영화보고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 흔치 않았다.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혼자 조조영화를 보러 갔더니 줄이 극장앞 도로까지 길게 뻗어있는 게 아닌가. 관람객은 당연히 모두들 젊은, 내 또래의 커플들이어서 혼자 기가 죽었지만 마치 무슨 임무를 수행하듯 끝까지 영화를 보고 나왔다.

혼자 밥 먹기는 사실 그보다 더 어려웠다. 테이블은 보통 4명이 앉게 되어있었고 혼자 앉기 좋은 자리는 패스트푸드점 빼고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간간히 혼자 밥 먹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려 노력했고 더 발전하여 혼자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거나 맥주 한병을 마시기도 했다.


외롭고 쓸쓸했지만, 나는 오히려 그 시간들을 즐겼던 것 같다. 혼자 앉아있는 시간에 드는 오만가지 생각들에 나를 몰입하려 애쓰기도 했고, 그 밥과 영화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싶기도 했다.

이렇게 혼자 다니는 게 남들 눈에 외로워보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 않아진 모양이다. 한국에서는 혼술(혼자 술 먹기), 혼밥(혼자 밥 먹기)이란 용어도 등장하고 최근에는 혼술남녀라는 드라마까지 나왔다.

2012년 포춘지에는 ‘솔로 네이션’이라는 제목으로 얼마나 많은 미국인들이 혼자 살고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한 기사가 실렸다. 1인 가구는 1960년 13.1%에서 2011년 27.6%로 늘었고, 18-34세 그룹의 혼자 사는 여자 비율은 점점 늘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본인들의 선택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라 그 생활을 지키기 위한 프리미엄을 기꺼이 지불한다.

2011년 뉴욕 타임스퀘어 서쪽에 지어진 63층짜리 빌딩은 렌트비가 월 3600달러에서 시작하는 641개의 스튜디오와 원베드룸 아파트로 되어 있었는데, 65% 이상이 1인 가구로 들어오며 오픈한지 6개월 만에 90%이상 리스가 끝났다.

건물 안에서 누릴 수 있는 각종 편의시설 뿐 아니라 맨해탄의 중심에서 즐기는 문화를 위해 그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사회적으로 1인 가구에 집중하는 것은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내는 경제효과 때문이다. 미국의 주택 구매의 1/3이 1인 가구들인데, 그중 미혼자들이 전체의 10-21%에 이른다. 패키지 푸드 Lean Cuisine 구매자의 90%가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고, IKEA의 소규모 공간 가구 판매비율은 계속 성장 중이며, 노르웨이안 크루즈 라인은 ‘스튜디오 선실’도 판매했다.

한 해 1.9조 달러를 쓴다는 미국 내 ‘솔로 네이션’ 사람들. 남의 눈치 안보고 혼자 먹고 혼자 술 마시는 사람들. 혼자 여행가는 것이 친구가 없어서가 아니라 혼자만의 방해받지 않는 스케줄과 여유를 위해서라는 것쯤은 이제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게 되었다.

가족이 생겨 혼자 밥 먹고 영화 보는 것이 어려워졌지만, 나는 지금도 틈만 나면 혼자 영화도 보러가고 밥도 먹고, 혼자 바닷가로 바람을 쐬러 나간다. 나를 위해 쓰는 그 시간에 나는 온전히 내 국가의 주인이 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유정민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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