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회 3곳 중 1곳이 “작년 재정상태 적자”

2016-09-14 (수)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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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반이 “올해도 타격” 응답

▶ 전반적인 경제상황과 무관

교회 3곳 중 1곳이 “작년 재정상태 적자”

교회 재정은 악화되는데 헌금 종류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돈과 신뢰’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투명한 재정 관리와 효율적인 사용전략을 인정받는 교회는 교인은 물론 커뮤니티의 신뢰를 얻는다. 목회자에 대한 험담도 상당 부분 돈과 비롯되는 게 사실이다. 돈은 필수적이지만 대응하는 자세에 따라 교회와 목회자를 쓰러뜨리는 독소로 전환되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 교회에서 성도 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게다가 한인 경제가 불황을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많은 이민교회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구나 부동산에 대한 집착이 강한 한인사회의 정서까지 겹쳐 무리하게 교회 건물을 구입한 뒤 모기지 상환에 허덕이는 교회가 여럿이다. 소형교회도 치솟는 렌트비용을 견디다 못해 문을 닫는 경우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경기가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타면서 주류 교계의 경우 금융위기 시절보다 재정적 여유를 갖는 교회가 늘고 있다. 하지만 주류 교계에서조차 여전히 많은 교회들이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크리스천 라이프웨이가 실시한 교회의 재정상태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 교회의 3분의 1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세운 연간 예산 액수와 비교해 헌금이 모자라는 것이다. 더구나 교회 가운데 5분의 1은 재정 규모 자체가 축소된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조사대상 중 약 50%가 올해도 재정상태에 부정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점이다. 지난 2015년에도 경제 상황이 교회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응답한 경우는 13%에 불과했다. 이대로 가면 재정적 고통에 시달리는 교회의 수가 계속 늘어날 전망인 셈이다.

이에 대해 라이프웨이 스캇 맥코넬 편집장은 “교회들이 아직도 쉽지 않은 재정상태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지난해 임금은 오르고 인플레이션과 실업률도 낮아졌지만, 많은 교회의 재정은 나아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결과, 32%는 지난해 헌금이 교회 예산을 조달하는데 실패했다고 답변했다. 그럭저럭 예산 규모를 맞췄다는 교회는 39%였고 당초 세운 예산보다 헌금이 더 걷혔다는 교회는 26%였다. 흑자를 기록한 교회 중에서는 교인이 100명 이상인 교회가 32%를 차지했고, 100명 미만의 교회는 21%에 머물렀다. 성도가 많을수록 예산보다 헌금이 더 걷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헌금 규모의 변화에 대한 질문에서는 교회의 41%가 헌금이 늘었으며, 29%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고, 21%는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서도 성도 수와 비례해 헌금 규모도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100명 이상의 교회 중 51%가 헌금이 증가했지만, 100명 미만의 교회에서는 33%만 헌금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자선단체에 대한 기부금과 교회 헌금을 비교한 결과도 나왔다.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자선단체 기부금은 5.4%가 증가했지만, 교회 헌금은 1%도 채 안되는 증가율을 보였을 뿐이다. 실제로 지난 1980년대만 해도 자선단체 기부금 규모와 비교해 교회 헌금액이 56%를 차지했지만, 이제는 32%로 급락한 상태다. 선한 일에 돈을 쓰고 싶어도 교회보다 자선단체 기부를 선택하는 세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회의 예산 규모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09년 교회의 중간 예산액은 15만달러였지만 2014년에는 12만5,000달러로 떨어졌다.

맥코넬 편집장은 이와 같은 교회의 재정적 어려움이 단순히 경제상황 탓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목사들은 쉽게 경제에 탓을 돌리지만. 영적 성장이나 출석교인의 성향 변화, 선한 청지기 정신 결여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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