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진단 / 한진해운 법정관리 초읽기
▶ 한국 1위 해운사 퇴출 땐 선박들 압류
뉴욕•뉴저지오는 운임 2배 올라 소비자 부담
호황 때 비싼 용선료 계약 탓 위기 맞아
한국 1위 해운사, 한진해운이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뉴욕 뉴저지 한인 경제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은 사실상 파산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뉴욕 뉴저지로 들어오는 화물들의 운송 차질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선박 가압류, 입항 거부 등의 사태가 이어지면서 수입업자들의 운임 등 물류비 상승과 제품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소매 판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재 뉴욕과 뉴저지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가전, 식품, 의류 등은 뉴저지 뉴왁, 엘리자베스, 저지시티,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의 항만 또는 기차를 통해 부산 또는 서부에서 들어오고 있다.
■ “한진해운 쓰지 말라”고객들 요구
수입업자들에 따르면 법정관리로 인해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은 화주들의 운임 인상이다. 이중렬 미주한인물류협회 회장은 “한진해운 선박들이 항만에서 압류될 가능성을 우려한 의류, 식품, 가전제품 등 한인 수입업자들로부터 한진해운을 이용하지 말아달라는 전화를 여러통 받고 있다”며 “한진 해운의 법정관리로 인해 화주들의 운임은 두 배 정도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항에서 뉴저지, 뉴욕으로 들어오는 화물 운임은 컨테이너당 2400달러 내외 수준이다. 유가 하락으로 그나마 낮아진 운임이 상승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김의만 관세사는 “한진 해운의 들어오고 있는 포트 엘리자베스의 마허 터미널의 경우 뉴저지에서 가장 큰 터미널이자 물건이 바로바로 빠지는 등 통관 절차가 원활하다”며 “화주들의 운임 인상, 뉴욕 뉴저지로의 제품 수급 등 물류 및 수입업계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피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 물류대란->물가상승, 소비자 피해
한인 물류•유통업계 관계자들은 “한진해운이 해운업계에서 퇴출될 경우 물류대란이 일어나고, 결국 비용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사업체들이 제품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 aT 센터측은 “하역비를 바로 지불해야 하역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뉴욕 뉴저지 항만으로 부산에서 배가 떠나지 못해 묶여 있는 한국산 식품이 전체의 약 30%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다른 통운 업체를 이용해 제품이 들어오더라도 그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주일 이상 하역에 차질이 빚어지면 뉴욕 뉴저지 물량 수급으로 그대로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수입업자들이 영향을 받게 되고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태를 현재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호황 때 맺은 용선료 계약이 ‘독’
실제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인해 선박 가압류, 입항 거부 등의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31일 한진해운에 따르면 싱가포르 법원은 전날 이 회사의 5천308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인 '한진로마호'를 싱가포르 항구에 가압류했다. 한진로마호는 한진해운이 직접 소유한 배다. 회사 측이 다른 용선 선박의 용선료를 체불하자 선주인 독일 리크머스가 사선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박 가압류로 정박지에서 감수•보존 처분을 받으면 압류 해제 시까지 선박의 부두 접안이나 하역작업이 불가능하다. 중국 샤먼•싱강, 스페인 발렌시아, 미국 사바나, 캐나다 프린스루퍼트 등 해외 항구 다수는 한진해운 선박의 입항 자체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아울러 한진해운이 용선해 운영하던 컨테이너선 '한진멕시코호'는 이날 운항을 멈췄다.
한진해운의 위기를 맞은 이유는 간단하다. 물동량은 줄어들었고 해운 운임은 낮아진 상황에서 외국 선주들에게 용선료를 비싸게 내기 때문이다. 현재 운임은 2010년에 비해 반토막이 났는데 용선료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 선박 임대를 대부분 계약한 탓에 현재 시세보다 5배 넘게 지불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98척 중 자체 소유는 37척에 불과하고, 61척은 용선이다. 아무리 물건을 운송해 봐야 적자만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한진해운은 해운동맹에서도 퇴출된다. 신인도 하락으로 동맹에 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정상적인 화물운송이 불가능해짐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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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 구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