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모·자녀그룹 따로 예배가 세대분열 부추겼다

2016-08-31 (수)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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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부·청년부·장년부 등

▶ 각기 다른 스타일 추구는 결코 교회의 자랑 아니야

부모·자녀그룹 따로 예배가 세대분열 부추겼다

한국의 한 교회에서 3대가 함께 어울려 예배를 드리고 있다.

교회는 모든 세대가 어우러져 예배하며 하나의 공동체를 이뤄야 한다. 성경의 요엘서에는 온 세대를 향한 계시가 적혀 있다. ‘그 후에 내가 성령을 모든 사람에게 부어주겠다. 너희 자녀들은 예언할 것이며 너희 노인들은 꿈을 꾸고 너희 청년들은 환상을 볼 것이다.’

하지만 교회는 세대 간의 몰이해와 비타협적 반목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나이에 따라 예배와 성경공부를 세분화 하는게 바람직한 목회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인력과 재력을 갖춘 대형교회일수록 여러 계층으로 예배 형식을 나누는 현상이 심화돼 왔다.

청년과 대학생을 나누고, 장년과 노년을 가르고, 중고등부를 넘어 초등부를 학년별로 따로 예배하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풍토까지 생겼다.


과연 이런 교회가 바람직한 것일까? 가족이 교회에서 모두 헤어져 따로 다른 형식과 분위기 속에서 예배하는 상황이 이상적일까? 그래서 오늘날 수많은 자녀들이 교회를 떠나고 부모의 신앙생활에 존경을 보내지 않는 것일까?

최근 주류 교계에서는 온가족 다세대가 함께 어울리는 예배에 대한 열망이 급증하고 있다. 교회의 예배에서도 가족이 중요한 구성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다.

교회에서까지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갈라져 있는 가정을, 하나의 시간과 장소에서 동일한 하나님을 찬송하는 예배의 공동체로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번지고 있다. 서로 다른 교회 음악과 예배의 형식 및 스타일에서 벗어나 예배의 참된 본질을 회복하려는 새로운 움직임이다.

크리스천 라이프웨이 대표 톰 레이너 목사는 30일 ‘다세대 예배 사역’에 대한 핵심 요소를 정리해 발표했다. 지역교회 안에서 여러 가지 종류의 다른 예배 형식이 각 세대를 분리하고 고립시키는 세태를 점검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오늘날 교회에서는 하나의 예배 스타일로 회귀하는 추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제껏 나이 차이에 따라 다양한 예배 형식으로 성도그룹을 분리해 왔지만 이와는 정반대의 흐름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예배와 성경공부가 세대별로 각각 분리돼 있다면, 그 교회에서는 다채로운 세대의 교인들이 전혀 교류를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각 세대가 좋아하는 교회 음악의 스타일을 맞춰주다 보니 많은 교회에서 세대 간의 분열이 발생했다”고 경고했다.

특히 “교회 음악의 스타일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가 이런 오류를 범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많은 교회들이 예배의 본질보다 단지 성도의 수를 늘리기 위해 예배음악의 스타일을 바꿔 왔다는 것이다. 레이너 목사는 “세대 별로 여러 가지 스타일의 예배와 음악을 갖춘 교회 대부분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잃는 부분도 크다”고 경계했다.

레이너 목사는 “다양한 스타일의 예배를 잘 드리는 교회도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가족 단위야말로 교회의 어떤 조직보다도 소중한 소그룹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님은 음악을 하라고 우리를 부르신 게 아니라, 제자를 만들라고 소명을 주신 것”고 덧붙였다.

모든 세대가 하나의 예배 스타일 안에서 서로 교류하고 의지하면서 ‘하나님을 경험’하는, 참된 공동체를 꿈꾸는 시대가 다가 왔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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