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운동을 마치고 라커룸 (Locker room) 으로갔다. 라커 맞은편 벽에는거울이 달린 테이블이 붙어있었다. 개인용 비품을 올려놓고 머리빗기, 로션바르기등 단장을 하도록 마련된 것이다.
테이블은 두명의 비품을 올려 놓기에 충분할 정도로 넓었다. 테이블위에는누군가 놓은 작은 용기 두개가 있었다. 나는그것들을 피해 한쪽켠에 내 가방을 놓고는 테이블을 사용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백인이 와서는“왜 내자리에서 사용하는가?” 라며 질책을했다. 나는 조금 머쓱한 상태로 “미안하다.하지만 여기는 공동으로 쓰도록 되어 있는곳 아닌가?”라며응수했다.
그러자 이 사람이 갑자기 인상을 쓰면서 엄포 놓듯이 말한다: “여기는미국이다. 미국 시스템은 남이 쓰던자리에 와서 사용하지 않는다.” 갑자기 화가 났다. 그래서 “난 이 자리에서 오랫동안 이런식으로 사용해 왔다. 이 자리는 너 혼자만의 자리가 아니다. 두명이 써도 충분한 공간 아닌가?” 라며 받아쳤다.
그 사람이 다시 도발한다. “여기는 미국이다. 미국은그렇지 않다.”자꾸 미국을 들먹이는 태도가 인종차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온 락커룸이 다 울리도록 큰 소리로 맞받아쳤다. “미국이라고? 나도 미국인줄 안다. 그리고 너만 미국사람 아니고 나도 미국시민이다. 미국을 사랑하고 미국에서 오래 살았다.
미국 시스템도 잘 안다. 뭐가 문제인가?”그러자 백인이 목소리를 죽이면서 여전히 “미국 시스템은 이렇지않아, 알아?” 라는 말을 반복하며 자리를 뜬다. 차별적 태도가 진하게 묻어있다. 나는“여기는미국이다”라는말속에서 “너는 여기와 맞질않아?”라는느낌을 받았다. 심리적 공격을 받은것이다. 몇분후 감정이 상한채로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복도에서 또 다른 백인이 일부러 내게로 다가온다. 그리곤 나를 진지하게 쳐다보며 강하고 확실한 어조로 말해준다. “네가 맞다. 그 친구가 말도 안되는 소리 한 것이다. 그 친구 예전에도 이런일이 있었다. 걱정마라.” 분명한 지지 표시였다. 고마워서 “감사해요”라며 인사를 전했다.
지금도 “미국은 백인나라,백인은 우월인종”이라는 특권의식을 품은 백인들이 많다. “여기는미국, 미국시스템”이라는 표현이 그것을 잘 반영한다. KKK는기회만 되면그런 모습을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백인우월주의집단이다. 물론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아는백인들도많지만...
인종차별현상은 아직도 사방에 널려있다. 고용, 진급, 태도, 말투, 표정과 같은 곳에서 직간접적으로 나타난다. 때로는기분은 나쁜데 뚜렷하게 분별하기 힘든 얼굴로 다가온다. 일종의 미세공격이다.“너 어디서 (어느 나라에서) 왔어?”와 같은 질문은 대표적인 미세공격이다. 그 질문 속에는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미국은 백인 나라다”라는 편견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질문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을 꼽으라면 어메리칸 인디언들 아닐까? 미세공격은 내가 받기도 하지만 내가 쏟아내기도 한다.“여자가 집에나 있을 일이지,올해는 꼭 시집 가야지?,
누가 __출신 아니랄까봐,목사 맞아요?,여자인데도 수학을 잘하네?”와 같은 표현들도 생각해보면 상대의 기분을 망가뜨리는 미세공격들이다. 가장 위험한것은 미세공격을 가하면서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무의식속에 닫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의식의 의식화작업은 인간 됨의 지름길이다. 성숙한 신자라면 나의말투, 태도, 그리고 생각속에 혹여 상대의 감정을 할퀴는 미세공격은 없는지 늘 돌아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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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철 목사/천성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