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린 진정한 해방을 이루었나?

2016-07-28 (목) 김은주 뉴욕시 공립학교 과학교사
크게 작게
일본의 어용학자들이 조선의 혼을 말살, 희석, 왜곡시키기 위해 일제시 조선의 역사, 특히 상고사를 신화로 희화(戱化)한 교육을 실시해 심지어는 조선사를 연구하는 조선의 학자들마저 이들이 왜곡한 역사를 정사로 배우고 가르쳐 왔다.

일본은 심지어 광개토대왕의 비석에 새긴 비문(碑文)을 첨삭(添削)해서 마치 고구려가 일본의 변방인 것처럼 역사를 왜곡하여 조선인들에게 소위 식민지 사상을 주입시키는 만행을 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모태는 바로 일본인들 자신이 역사왜곡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특히 일본 제국주의는 조선을 식민지로 지배하기 위해 일본의 우월성을 날조해 한국 민족에 대한 시혜 의식인 ‘내선일체’와 ‘황국신민화’를 강요했고, 나아가 ‘동양의 평화’와 ‘아시아의 해방’을 선전하면서, 조선인들의 의식 속에 근대화의 시혜라는 대중조작을 투입시켰다.


또한 일본 제국주의는 식민지 지배를 민족과 민족의 관계로 설정해 지배와 착취에 더해 동화 정책을 펴 식민지 한국의 영토화와 민족 말살을 획책했다. 여기에서 조선의 ‘식민지적 전향’이 출현된다.

식민지 조선에서 나타난 ‘식민지적 전향’은 ‘전향’이 갖는 일반적인 의미 즉 사상 혹은 신념의 성숙 과정에서 일어나는 시행착오 또는 회심 혹은 발전과 각성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식민지 지배와 피지배라는 시대 상황을 전제로 한 역사의 왜곡이다.

동덕여대 정창석 교수의 지적대로, 일제시대 일본 지식인의 전향은 ‘국가 권력 아래 일어나는 사상의 변화’인데 반해 일본의 식민지 지배 아래 일어난 조선 지식인의 ‘식민지적 전향’은 식민지 지식인이 식민지 지배 권력의 통치 방침과 이념에 강제적이고도 주체 의식을 잃고 타협해 일어나는 사상의 변화이며, 드디어는 민족적 정체성을 상실하는 현상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식민지 조선의 ‘식민지적 전향’은 일본 제국주의 이민족 지배의 파생물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일본의 총독부가 미군정으로 교체되면서, 한국은 미국 식민지로 변신한 지 71년이란 장구한 세월이 흐르면서, 이 식민지 사상은 더욱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는 비극적 사실이다.

그런데 미국에 사는 우리들 Korean-American, 즉 ‘hyphenated’ American들은 무풍지의 안정권에 안주하면서 조국인 한국 문제에 대해 무소속 아웃사이더, 혹은 이방인으로 외면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이로 인해 미국의 많은 한인들이 이 나라에서 개밥의 도토리처럼 취급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믿는다.

식민지 사상이란 1.내 생각은 없고 난 그냥 무조건 따라 한다. 2.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 3.나의 역사는 없고 따라서 미래도 없다. 모든 사람들이 하는 방식대로 따라 한다. 4.생각 없는 행동은 물론, 아예 생각을 안 한다. 5.가족도 사회도 뭐 그런 것, 별로 중요하지 않고 오직 나로 인해 세상이 돌아간다. 6.아무렇게나 죽어도 한세상. 양심, 법, 정의, 의리, 이런 것들 모두 무용지물! 7.속은 중요하지 않고, 아니 속 볼 필요 없고, 겉으로만 판단한다. 8.언어의 순결, 전통성, 그런 것 관심 밖이다. 9.민족이고, 나라고, 정체고, 다 필요 없다.

내 미국 서방이 “김치 먹지 마! 냄새 나. 김치 먹으려면, you go home!”하면, “예스, 써!” 이런 것이 바로 우리가 기피해야 할 식민지 사상이 아닐까?

<김은주 뉴욕시 공립학교 과학교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