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락하는 유명인들

2016-07-27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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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철학사에 실존주의 사상을 확립시킨 프리드리히 니체와 세계문학사상 가장 고매한 정신의 소유자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리고 정신분석학파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한 조교는 생을 불행하게 마감했다. 그 이면에는 그들을 파멸로 이끈 마성의 여인이 있었다. 바로 평생 이들을 포함, 수많은 남성들을 연인으로 만들어 그들의 내면속에 깊숙이 파고들어 그들을 놓아주지 않았던 독일의 여성작가 루 살로메다.

니체는 루를 내 여자로 만들기 위해 온갖 언설로 그녀가 가는 곳마다 쫓아다녔다. 하지만 종국에는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면서 10년 이상 고독과 광기속에 살다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갔다. 루를 사랑한 릴케도 끝내 그녀의 변심으로 정신이 집착적이 되는 종말을 맞고 말았다. 루를 사랑한 프로이트 조교 역시 루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절망하며 자살했다. 그 외에도 그녀의 연인이었던 많은 남자들이 그녀의 사랑을 얻지 못해 생을 파멸로 이끌거나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들 모두가 삼각관계, 자유결혼, 외도 등 비정상적인 사랑을 선호하는 여자를 사랑하다 보니 생긴 불행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이런 순수한 사랑보다는 여자에 대한 한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유명 인사들이 수없이 많다. 이른 바 성추행, 성매매 사건에 연루되는 인사들이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평생 쌓은 명예나 권력을 잃어버리고 온 천하에 망신을 당하고 있다.


최근 전직 대통령들을 포함, 이번 대선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 트럼프의 오랜 후원자이던 로저 에일스 전 폭스뉴스 회장이 성추행 파문으로 전격 사퇴한 사건이 그 한 예다. 직장 동료 그레천 칼슨이 10년 전 폭스 회장의 성희롱 사실을 증언하면서 드러난 결과다. 오늘날 이와 같은 사건은 일일이 지면에 다 거론할 수 없는 상태다.

18년 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재직시절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 세계적인 망신과 함께 탄핵 일보 직전까지 갔던 사실, 프랑스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뉴욕에서 호텔 여직원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쳐 뉴욕경찰에 체포 기소된 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유명 인사들이 이처럼 한순간의 실수로 평생 쌓아올린 공적을 추락시키는 것을 보면 그들도 여자문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하기야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고대 위인들조차 지위고하와 상관없이 여자와 가까이 했던 기록이 있다. 기원전 4세기 그리스의 고급창녀 라이스가 한 말이 이를 증명한다. 그녀는 유명한 철학자 아리스티포스와 시인이자 철학자인 디오게네스 두 위인의 정부였다.

“나는 책이 무엇인지, 예지가 무엇인지, 철학이 무엇인지 몰라요. 그런데 이 분들은 누구보다도 더 자주 내 집을 찾아와서 문을 두드려요.” 아무리 위대한 인물이라도 이것이 남자의 속성인가.

한국도 3년 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박근혜 대통령 미국순방때 한인 인턴 여성 성추행 의혹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고 최근에는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었다. 또 연예, 스포츠계에서 박유천, 이진욱, 유상무, 강정호 같은 유명인들이 성추행, 성매매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거나 검찰에 기소돼 추락하는 사건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신문을 도배한다.

유럽을 정복한 나폴레옹은 “저 여린 여자를 내가 정복한들 뭣하겠느냐”며 여자는 정복하지 못했다고 하였다. 아마도 그는 정복 못한 것이 아니라 아예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한 것이 아니었을까. 오늘날 많은 유명 인사들이 일찍이 공자의 경고를 귀담아 두었더라면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을 잃고 망신을 당하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중국의 학자 공자는 말했다. “남자가 출세하려면 여자를 조심하라”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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