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처럼 사람을 많이 대하고 다루는 직업도 없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경험한다는 건 세상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있는 당연한 일이면서도 이 당연한 일에 더 다반사로 연루될 수밖에 없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목회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목회자는 별의별 사람을 다 경험한다. 인생의 다양성을 경험한다는 측면에서는 이만큼 좋은 일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사람 겪는 일로 인생의 피로감에 쉽게 젖을 수 있어 목회 역시 힘든 직업인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에는 큰 보람이 따른다. 우리 인간들 안에는 여러 죄성들이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에 다들 자신의 거친 내면의 형상들을 밖으로 드러내기 일쑤다. 목회는 그리스도의 은혜와 사랑으로 잘 쓰다듬어 줌으로써 그 거친 형상들을 보드랍게 만들어 주는 인간성 회복의 사역이다. 그러니 목회를 잘하면 좋은 쪽으로 사람 변하는 것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어쩌면 이 이유 하나 때문에라도 목회자들은 외롭고 힘들어도 계속 정진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 좋은 ‘타인의 변화’를 경험하는 데 있어서 가장 좋은 방식은 ‘공감’인 것 같다. 공감의 힘은 정말 크다. 공감이란 단적으로 내가 그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이고 그는 그인데, 내가 그가 되어보는 이 일이 어디 쉽겠는가? 의지적으로는 정말 어려운 게 이 일이다. 그래서 이에 있어서 가장 좋은 길은 비슷한 경험을 해 보는 것이다. 동병상련이라는 말처럼, 같은 병을 앓아 본 자만이 그 병 걸린 사람의 속마음을 알 수 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몇 년 전 허리를 다친 적이 있다. 운동하다 갑자기 허리 왼쪽 부분이 삐끗하더니 당장 앉지도 서지도 못할 정도가 되었다. 얼마나 아팠던지, 세수, 칫솔질, 양말 신는 것, 어느 것 하나 내 맘대로 할 수 없었다. 평소 아주 쉽게 했던 걸 겨우겨우 해내는 내 자신이 처량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때 얻은 중요한 게 하나 있다. 허리 아픈 이들의 심정과 상황을 공감하는 것이었다. 아프기 전엔 허리 아픈 이들을 보며 이해하지 못했다. 저건 필경 엄살일 것이라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아파 본 뒤로는 확 달라졌다.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나을 길이 있는지 서로 장시간 앉아 공동연구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비슷한 다른 경험은 ‘입맛’ 경험이다. 입맛 없어 음식을 전혀 입에 대지도 못하는 중환자들을 심방하며, 집사님, 그래도 원기 회복을 위해 꾸역꾸역 삼키기라도 하셔야죠, 하며 나름 격려한답시고 이런 말들을 쉽게 내뱉었던 것에 대한 후회다. 그 말은 아마도, 평생 음식 맛없게 먹어 본 적이 없는 나의 타고난 좋은 식성에서 비롯된 영혼 없는 권면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 나도 결정적으로 아팠다. 심한 소화불량으로 인해 화장실을 들락거리다가 나중엔 완전히 기가 빠져 버렸다. 그 후, 아픈 곳은 어느 정도 회복되었으나 음식을 갖다 줘도 한 술도 뜨기가 싫었다. 입맛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때 알았다. 아, 입맛 없다는 게 이런 거였구나! 그래서 그 뒤로 작심했다. 아픈 교인들 심방 가 그들이 입맛 없어 못 먹겠다 할 때 함부로 얘기하지 않기로.
신약성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이 구절을 볼 때마다 이상한 마음이 드는 게, 안식을 주시겠다면서 예수는 우리에게 왜 자신의 멍에를 ‘메라고’ 하셨는가 하는 의문점이다. 쉬게 해 주실 거면 짐을 덜어주셔야지 오히려 짐을 메게 하시니 말이다. 하지만 그다음에서 답을 찾았다. 주의 멍에는 쉽고 가볍기 때문이다.
여기서 배운 사실이다. 그리스도는 공감이 담긴 나눔과 동행의 주인이심을. 이젠 됐으니 니 알아서 해라, 이게 예수의 방식이 아니다. 그분은 짐을 제거해 주시기보다는 짐을 같이 지신다. 늘 나와 같이 경험하며 공감해주시는 분, 내 삶의 여정에 끝까지 동행하시는 진정한 내 인생 의 동반자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것도 최상의 진정성과 함께. 가짜와 단명이 판을 치는 이 세상에서 극한 진실이 담긴 공감과 동행으로 내게 다가와 주시겠다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당신의 인생에도 이런 그분을 초대하고 싶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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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숭 목사/ 새크라멘토 크로스포인트교회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