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권과 국력

2016-07-05 (화) 09: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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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여권을 챙겨라’-. 비상상황이라도 맞이한 것 같다. 유럽연합(EU) 탈퇴가 결정된 후 영국의 분위기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들려오는 소리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발표된 후 금 사재기가 횡행하고 있는 가운데 구글에는 ‘아일랜드 여권 구하기’에 대한 검색이 10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왜 아일랜드 여권의 인기가 이처럼 치솟고 있나. 영국과 아일랜드는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게다가 조부모가 아일랜드에서 출생했어도 영국인의 아일랜드 여권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니까 영국이 EU로부터 탈퇴해도 아일랜드 여권을 가지고 있으면 EU 회원국 국민으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계속 누릴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 아일랜드 여권이 국제사회에서 누리는 위상은 그러면 어느 정도일까.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 나라 여권 소지자는 전 세계 141개국을 무비자나 입국장에서 바로 비자를 받아 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굳이 랭킹을 따지면 그 순위는 세계 톱 10밖이다.

미국 금융자문회사 아튼 캐피털이 발표한 세계 여권지수(passport index)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끗발이 있는 여권은 역시 ‘독수리 여권’, 미국 여권이다. 미국 여권만 가지고 있으면 전 세계 147개국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

영국 여권도 이에 못지않다. 역시 147개국을 무상출입할 수 있다. 그 위상은 그러나 브렉시트 이후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2위, 은메달권의 국제적 위상을 자랑하는 여권은 대한민국 여권이다. 독일, 프랑스와 함께 한국 여권만 가지고 있으면 전 세계 145개 국가를 사전 비자발급 없이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

이 한국여권이 그렇다고 한다. 국제 암시장에서는 가장 인기가 높다고 한다. 미국 여권 소지자는 만일의 테러발생 시 1차 타깃이 되기 십상이다. 한국 여권 소지자는 그런 위험도 낮다. 때문에 가장 비싼 값에 거래되는 것이 한국 여권이라는 것.


그 진위야 어찌됐든 격세지감(隔世之感)도 이런 격세지감이 없다. 미국을 가려면 몇 시간이고 미 대사관 앞에서 줄을 섰다. 제 3국을 들어가려면 웬만해서는 비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불과 ‘얼마 전’으로 느껴져서다.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나라가 많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열린사회, 고도로 개방된 나라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평가가 상당히 긍정적이란 뜻으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그 만큼 높아진 것이다.

이와 대조되는 것이 북한 여권이 차지하고 있는 국제사회에서의 현 위치다. 북한 주민의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나라는 44개 국으로 그것도 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일부지역으로 편중돼 있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 순위에서 동메달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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