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 조심’ ‘욕 조심’

2016-07-01 (금) 09:29:41 김중애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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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해결할 양으로 샌드위치 가게에 들어갔다. 짐작컨대 바쁜 점심시간에 손님이 너무 많아 힘이 드셨던지 샌드위치 주문을 받는 한인분이 손님을 앞에 놓고 한국말을 알아들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던 듯 걸쭉하게 “ㄱ 새끼, ㅅㅂ 새끼, 바빠 죽겠는데 샌드위치는 시키고 ㅈㄹ이야”라고 한바탕 욕지거리를 늘어놓더라는 것이다.

꾸며낸 얘기가 아니다. 같은 교회에 다니던 어느 집사님의 체험담이다. 그 집사님 말씀이 아줌마가 자기를 멕시칸으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쌍꺼풀 진 큰 눈에 마른 체격, 루핑일로 검어진 피부에 키까지, 누가 봐도 집사님은 영락없는 멕시칸이다. 그래도 그렇지. 손님 면전에서 그런 욕을 내뱉다니.

집사님은 빙긋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아줌마, 욕도 참 이쁘게 하시네요.” 욕을 ‘이쁘게’ 하시던 그 아주머니, 얼굴이 벌개져 부엌으로 뛰어 들어 가시더란다. 얼마나 놀랐을까. 그 얘길 들으며 우리 모두 배가 아프도록 웃었다. 집사님이 다시 보였다. 배움도 많지 않았고 믿음도 깊지 않았던 집사님.

그러나 따라갈 수 없는 그 여유와 너그러운 대응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 말은 일단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 욕을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어떤 말을 하기 전에는 한 번 더 생각하는 신중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김중애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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