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 7대 불가사의와 세계화

2016-06-30 (목) 09: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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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인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는 좁은 육교로 연결돼 있다. 이 작은 땅은 두 문명을 이어주는 역할도 했지만 중요한 해상 교역로였던 홍해와 지중해 통로를 막는 장애물이기도 했다.

이곳에 운하 건설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사람은 기원 전 600년 경 이집트의 파라오였던 네초 2세다. 헤로도투스에 따르면 120 마일에 달하는 이 운하를 건설하느라 12만 명이 사망했지만 끝내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 했다. 이를 완성한 것은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1세다. 그는 수에즈 북쪽에 세운 돌판에 페르시아의 왕인 자신이 나일에서 홍해에 이르는 운하를 건설했으며 이 때문에 이집트 배가 페르시아까지 들어올 수 있게 됐다고 적어 놨다. 그러나 이 운하는 그 후 홍해의 수면이 낮아지고 나일강에 토사가 쌓이면서 막혀 버리고 만다.

옛 운하의 재건을 꿈꾸며 지금의 수에즈 운하를 만든 사람은 프랑스의 페르디낭 드 레셉스다. 그는 이집트 정부와 합의 하에 수에즈 운하 회사를 만들고 1859년 공사를 시작, 10년 만에 이를 완성했다. 이로 인해 그 전까지 아시아로 가기 위해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돌아가야 했던 배들은 120 마일의 이 운하를 이용, 4,300마일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세계 지도를 보면 이와 비슷한 지형을 갖춘 곳이 하나 있다. 파나마다. 북미와 남미 대륙을 잇는 이 육교 때문에 태평양과 대서양을 오가는 배들은 7,800마일을 돌아가야 한다. 이곳에 운하를 뚫으면 물자 수송 기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은 것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스페인의 왕실이었지만 실행은 엄두도 못 냈다. 길이는 48마일에 불과하지만 평지에 놓은 수에즈 운하와는 달리 두 바다 사이에 산이 가로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에즈 운하로 명성을 날린 레셉스는 파나마 운하 공사도 시도했다. 그러나 파나마에서도 수에즈에서처럼 평평한 운하를 계획했던 그는 3억 달러에 가까운 돈을 날리고 2만 2,000여 노동자의 목숨을 잃게 만든 후 꿈은 이루지 못한 채 파산하고 만다. 꿈은커녕 공사 실패에 대한 책임과 공금 유용 혐의로 기소까지 되지만 간신히 감옥 형만은 면한다.

그 뒤를 이어받아 파나마 운하 건설 의지를 불태운 것은 미국의 테디 루즈벨트 대통령이다. 그는 당시 파나마 일대의 주인이던 콜롬비아의 상원이 파나마 운하 조약을 비준해주지 않자 이 지역 반군을 부추겨 반란을 일으키고 독립 국가를 세우게 한 뒤 이들과 조약을 맺어 공사를 시작한다. 파나마는 운하를 위해 태어난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04년 시작된 운하 공사는 계단식 도크와 인공 호수를 만들어 배를 산으로 보내는 방식의 난공사 끝에 10년 만에 완성된다. 미 토목 기술자 협회는 파나마 운하를 ‘신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라 부른 바 있다.

지난 주말 기존 운하보다 세배의 화물을 운반하는 배를 통과시킬 수 있는 새 파나마 운하가 근 10년 가까운 시일과 55억 달러의 공사비를 들인 끝에 개통됐다. 이 운하 개통으로 전 세계 배의 98%가 이제 파나마 운하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새 운하 개통은 크고 작은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점점 더 하나로 묶이고 있으며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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