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방유예 무산 “끝이 아니다”

2016-06-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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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1년 넘게 애타게 기다려온 서류미비 이민자 500만명에 대한 추방유예 조치가 무산되었다. 연방대법원은 23일 서류미비자 추방유예를 골자로 한 오바마 대통령의 2014년 이민행정명령 관련 소송에서 찬반 4대4의 양분 결정을 내림으로써 행정명령 시행에 제동을 건 항소법원의 판결을 유지시켰다.

대법관 한 명의 타계 후 오바마가 지명한 후임 인준절차를 거부해온 공화당 상원의 정략 때문에 9명 중 1명이 빠진 인원부족 대법원의 교착상태가 가장 중대한 국가 이슈 중 하나에 대한 결정을 반이민 성향이 짙은 하급법원의 결정에 일조한 셈이 된 것이다.

대법원이 동수로 양분되어 항소심 판결이 유효하다는 단 한 문장의 판결은 이민사회에 실망과 혼란과 분노의 물결을 일으키며 수백만명의 삶을 다시 불안한 음지로 몰아넣었다. 제2의 고향이 된 미국에서 자녀들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땀 흘려 일하며 오랜 세월 밝은 양지의 삶을 기다려온 우리의 가족과 친구와 이웃들이다,

미 시민권자인 자녀를 둔 서류미비 부모들과 2012년의 추방유예조치에서 제외되었던 드리머들에게 추방유예 및 노동허가서 발급을 핵심으로 하는 오바마의 행정명령은 영구적, 장기적 이민정책이 아니다. 기능마비 이민제도를 바로 잡을 때까지 이민가족을 보호하는 인도적 임시 행정조처에 불과하다. 반오바마 공화당 정치가들이 이를 정치화하여 대통령의 행정명령권 발동에 대한 위헌여부를 가리는 법정투쟁으로 비화시킨 것이다.


이번 결정은 대법원의 ‘위헌’ 판결이 아니다. 법정 투쟁은 공석 대법관이 채워진 후 다시 시도될 수 있다. 또 이민단체 일각에선 항소심의 추방유예 중지 명령의 적용범위에 대해서도 다시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결코 끝내거나 포기해서 안 될 것은 단합된 이민사회의 투쟁이다. 이번 대법원의 결정은 11월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와 함께 원색적인 반이민 언행을 서슴지 않는 정치가들에게 이민표밭의 파워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이민의 나라’ 미국의 건강한 내일을 위한 이민사회 ‘미국시민들’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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