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6.25와 부대찌개

2016-06-24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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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명셰프 앤서니 부르댕(Anthony Bourdain)이 애드위크(ADWEEK)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에서 가장 대중화 되고 있는 음식은 ‘한식’이라고 추천했다.

앤서니 부르댕이 누군가. CIA 요리학교 출신으로 저서 ‘셰프’, ‘쿡스 투어’ 로 뉴욕타임스 최장기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에미상을 수상한 요리관련 TV스타로 현재도 세계 각국의 최고의 맛을 찾아다니는 CNN의 음식프로그램 ‘파츠 언노운 (Parts Un-known)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 한인사회에서 신뢰받는 한 재단이 주최한 기금모금 만찬2부에서 도네이션 경매가 진행되었었다. 주류사회에서 인정받는 2세들이 주로 참여한 모임에서 ‘앤서니 부르댕과의 식사’ 가 최고가의 경매를 기록, 수만달러를 그 재단에 안겼다. 2위는 영화배우 송혜교와의 식사였다.


그는 2015년 방영된 ’서울의 맛‘에서 재래시장, 포장마차, 치맥, 곱창, 폭탄주 등을 소개하며 중년의 샐러리맨들과 술 마시고 노래방에서 어깨동무 하며 노래하는 등 한국과의 친근감을 보여주었었다.

그가 이번 인터뷰에서 추천한 음식은 부대찌개다. 부대찌개가 한국의 경험이 녹아든 독특하고 굉장한 음식이라며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왜 부대찌개일까. 이 부대찌개야 말로 한국민들에게는 역사적인 음식이다. 6.25 전쟁 후 헐벗고 굶주리던 때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고기, 핫도그와 스팸, 소시지를 이용하여 고추장과 함께 찌개를 만들어 먹었다. 초기에는 미군이 먹다 남긴 것과 일부 유출된 미군의 보급품인 재료를 사용하였기에 요리 이름이 부대(部隊)찌개인 것이다.

영양부족으로 얼굴에 허옇게 버짐이 핀 사람들이 커다란 냄비에 국물을 넉넉하게 넣은 부대찌개 냄비에 둘러싸고 앉아 수저로 팍팍 퍼먹으며 허기를 달랬고 영양을 보충했다. 차츰 이 부대찌개에 돼지고기, 김치, 라면, 떡, 통조림 콩 등도 첨가되는 등 다양한 식품을 넣어 오랫동안 끓이면 맵고 걸쭉한 찌개가 되는데 이 맛이 입에 척척 달라붙었다.

6.25가 발발한 지 66년이 된 지금도 그 맛을 잊지 못하는 한국민들이 많다. 6.25를 직접 겪은 세대뿐만 아니라 휴전 후에 태어난 40대, 50대들도 젊은 시절에 많이 먹었을 것이다.

지난 5월 앤서니 부르댕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베트남 하노이 서민식당에서 베트남 전통음식을 함께 먹었다. 구운 돼지고기에 소스를 발라 국수에 얹어먹는 이 ‘분짜’ 음식은 둘이 합쳐 6달러. 베트남을 방문한 미 대통령을 위해 부르댕이 밥값을 냈다고 한다. 부르댕은 자신의 트위터에 ‘키 작은 플라스틱의자, 싸지만 맛있는 국수, 차가운 하노이 맥주’라는 코멘트와 함께 식사 사진을 올렸고 전세계 매스컴이 이를 보도했다.

25일은 1950년 6.25가 발발한 날이다. 전쟁이후 대다수 국민이 배고팠던 시절, 강냉이, 보리주먹밥, 쑥개떡, 그중에서도 국물이 있는 부대찌개의 고마움이야말로 말로 말해 무엇 하랴.

요즘은 뉴욕에서도 얼마든지 부대찌개를 맛볼 수 있다. 햄, 소시지 등 가공육이 아무리 건강에 좋지 않은 물질로 분류되어도 이것들이 빠지면 안되는 부대찌개를 가끔은, 매워서 후후 불며 먹는 뜨거운 맛이 그만이다.

오는 2017년 허드슨강변 피어 57에 15만5,000 스퀘어 피트 면적으로 100여개의 아시안 푸드마켓이 오픈할 예정이다. 영우 어쏘시에이츠가 개발 중이고 이 초대형 아시안 마켓 총지휘자는 앤서니 부르댕이다. 아마 이곳에 한국의 부대찌개도 등장할 것이다. 전세계인이 즐겨찾는 음식이 되어도 뉴욕을 방문하는 한국 대통령이 앤서니 부르댕과 함께 부대찌개는 먹지 말기 바란다.

한식이 요즘 가장 핫한 음식이라고 치켜세우고 부대찌개가 한미 최초의 퓨전요리로 굉장한 음식이라 극구 칭찬받아도 여전히 부대찌개는 한민족에게 눈물의 음식이고 한의 음식이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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