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뭇거림’의 미덕
2016-06-21 (화) 09:03:40
김창만 / 목사
호남의 평화로운 작은 섬마을이 소란스럽다. 20대 초반의 초등학교 선생님이 잘 아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성폭행의 계획은 피의자중 한 사람이 경영하는 마을 식당에서 시작되었다. 식사 중에 술을 먹여 의식을 잃게 한 다음, 악한 일을 공모했다.
이 엄청난 성폭행 사건은 ‘한 순간의 머뭇거림’도 없이 불과 한 시간동안에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어느 누구도 “이건 아니다. 우리가 이러면 안 된다. 정신 차리고 다시 생각해 보자”라는 말을 한 사람이 없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예전에는 우리가 이렇게 살지 않았다. 쉽게 얻은 답은 현명한 것이 아니라고 믿었다. 개인 진로문제 문제 하나를 놓고도 머뭇거리며 생각이 많았다. ‘머뭇거림’은 그 당시 지성인의 고상한 미덕이었고 품격이었다.
이륙하는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는 막대하다. 파일럿은 될 수 있는 대로 활주로를 빨리 벗어나려고 궁리한다. 파일럿이 뒤에서 밀어주는 순풍을 타고 이륙하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 항공기는 앞으로 빨리 전진할 수 있겠지만, 이륙하는 데는 큰 어려움을 겪는다. 뒷바람으로는 항공기가 이륙할 때 필요한 양력을 얻지 못한다.
좀 힘들고 느리게 전진해도 앞에서 세차게 부는 맞바람을 맞으며 이륙을 시도해야 푸른 하늘을 향해 사뿐히 떠오른다. 항공기 뿐 아니다. 도약의 삶이 필요한 인간에게도 ‘머뭇거림’이라는 저항의 힘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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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