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는 날 잘못 키웠어요”

2016-06-18 (토) 이상숙 비영리기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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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캠프가 올해로 16년째다. 이 캠프에 명문 고교생들이 의외로 많이 참가한다. 왜 일까? 지식이 충분한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가정에서 가르칠 수 없는 중요한 것, 즉 아이들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내게 하는 경험을 체험하게 하기 위한 부모들의 지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아이들에게 6박7일의 짧은 기간에 전혀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 몸으로 경험하고 가슴으로 느끼고, 뜨거운 눈물로 고백한 캠프에서의 체험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내는데 보이지 않는 강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난 16년간 35차례의 캠프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지난겨울 나는 동부의 미 명문대학을 돌아볼 때 여러 재학생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하버드, 예일, 보스톤 등 각 학교 재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왜 한인학생들이 명문대학에 들어가기 힘들고, 또 그 가운데 많은 아이들이 실패, 혹은 도중하차를 하는 원인에 대해 그 증거를 확실하게 찾을 수 있었다. 한인 부모들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우매한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명문이든, 아니든 지원한 아이들의 학교 성적과 SAT 점수는 대체로 거의 만점수준으로 비슷하다. 즉 점수로 경쟁해서는 명문대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학교당국은 똑같이 높은 성적을 가지고 온 아이들 중에 누구를 뽑아야 하느냐가 골칫거리다. 결국 그들의 결론은 ‘그 학생의 Value, 가치’를 찾는 것이다. 공부는 기본적으로 다 잘하는 아이들 중에 차이점이라면 바로 그 학생이 지닌 가치이다. 그 기준으로 뽑힌 학생이 다른 학생보다 점수가 200, 300점이 낮은 경우가 될 때 대학 당국은 어떤 결정을 할까?

‘점수가 좀 낮아도 뽑는다’가 결론이다. 그 사람의 가치가 에세이나 인터뷰를 통해 보여지면 뽑는 것이다. 즉 비슷한 점수들의 똑똑한 아이들중 가려내는 기준은 ‘에세이와 인터뷰’를 통한 그 학생만이 지닌 ‘가치와 특수성’이다. 명문대 재학생들에게 “지금 대학준비를 하는 학생들에게 꼭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하고 질문하니 한결같이 그들은 “그 긴 여름방학때 SAT점수 높이려 그 귀한 시간을 나의 가치와 특수성을 만들어내는 데에 투자 하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고 말한다. 즉 명문대학에서는 공부만 잘하는 학생을 절대 뽑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도 보스턴의 모 명문대학에 신청서를 낸 한인 학생들의 합격률이 예상외로 참패수준이어서 한인 학부모들 사이에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수군거린다, 명문대에 한국인 학생들의 에세이만 따로 심사 하는 특수시스템이 왜 생긴 것일까? 4,000, 5,000짜리 짜집기 에세이가 들통 이 난 게 원인이라고 한다. 지식으로 쓴 글, 머리에서 나온 글, 전문가가 조언해준 에세이를 쪽집게로 가려내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했냐, 어디를 갔다 왔냐, 어떤 훌륭한 프로그램을 이수했냐”를 모두 기록 하고 높은 점수를 자랑하지만, 그래서 넌 어떤 사람이냐?가 쟁점이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느냐”를 쪽집게처럼 집어내는 프로들이 바로 명문대에서 에세이를 읽어내고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한인 부모들은 알았으면 한다.

지난해 동부 최고 명문대에 1년 월반해서 조기 입학했다고 반가운 소식을 전화로 내게 전해준 부모가 바로 두달 전 비감한 목소리로 “전도사님 내 딸 아이가 “엄마 ,엄마는 나를 잘못 키웠어요, 최고의 아이들이 모이는 이곳에서 나는 더 이상 견뎌낼 수 없는 내 자신을 보고 나를 이렇게 되게 한건 엄마, 엄마가 나를 잘못 키웠기 때문이에요” 라며 절망스런 선고를 하고, 아이가 무너져 버리는 모습을 보인다며 비통해하는 어머니의 전화소리는 지금도 내 마음을 울린다.

여름방학이 가까워진다. 아이들에게 점수 몇 점 올리려는 부모의 근시안적인 태도는 자녀를 미래의 리더로 만들어내지 못한다. 아이들이 가슴으로 느끼고 심장의 박동을 기쁘게 뛰게 하는 감동의 경험들로 여름방학을 채워주어 그 아이의 가치를 만들어 주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밝은 내일을 쥐어줄 수 있는 부모일 것이다. “몇 점짜리냐?”가 아닌 “어떤 사람이냐?”를 명문대학들이 찾고 있는 것은 그들의 손에 인류사회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상숙 비영리기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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