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빠는 민들레

2016-06-20 (월) 최효섭 아동문학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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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9일은 미국의 아버지날이었다. 한국은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을 합쳐서 어버이날로 했지만 그렇게 하니 아버지날은 없어진 느낌이다. 역시 아버지날도 독립적으로 두어 아버지의 고마움을 기리는 것이 좋아 보인다.

레이건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 아들 론을 위하여 그는 풋볼 구경을 갔다. 자상한 아버지였다. 어느 날 그는 아들을 LA 램(RAM)팀의 선수실로 데리고 갔다. 사진으로만 보던 아이들의 영웅을 가까이서 보게 하는 것이 최대의 선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문으로 들어서자 마침 선수들은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자기의 영웅들이 한 두 명도 아니고 수십 명이 고개를 숙이고 기도하는 모습을 목격한 론 군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대통령이 된 후 레이건은 그 날의 감격을 회상하면서 “아버지가 아들을 위하여 시간을 바칠 때 너무나 큰 부산물을 수확한다.”고 하였다. 아이들은 어려서 아빠와 함께 가졌던 시간을 어른이 된 후에도 오래오래 기억한다.


미국에 ‘아버지 날’(Father’s Day)이 제정된 기원은 한 상이군인으로부터 시작된다. 남북전쟁에 종군하였다가 부상을 입고 집에 돌아온 가장에게 비극이 이어진다. 아내가 6남매를 두고 죽은 것이다. 그는 신체장애자였으나 21년 동안 온갖 고통을 견디며 아이들을 키우고 교육하였다.

이 감동스러운 이야기를 아버지로부터 전해들은 다드 여사(Sonoda Dodd)가 1909년 ‘아버지 날’ 제정을 여론화할 결심을 하고 워싱턴주 스포케인(Spokane)에서 캠페인을 시작하였으며 뜻밖에 전국적인 호응을 받아 윌슨 대통령의 후원 성명을 받았던 것이다.
(1916년) 6월 셋째 일요일을 전국적인 ‘아버지 날’로 선포한 것은 닉슨 대통령이었다.(1972년) 어머니의 위치가 물론 크지만 아버지의 은덕을 감사하는 날이 생긴 것은 참으로 좋은 미국의 전통이다.

‘아버지 날’을 상징하는 꽃은 민들레이다. 미국인들은 민들레가 잔디를 버린다고 해서 원수처럼 생각한다. 한국 비디오에 아내가 아빠에게 “이 웬수야!”하는 대사가 가끔 나오는데 그런 뜻으로 아버지날의 상징을 민들레로 정한 것은 아니다. 민들레는 강인하다. 밟히고 뽑 혀도 또 나온다. 사실 마음을 비우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민들레는 작지만 아주 아름다운 꽃이다. 번식력도 강해서 씨가 낙하산을 타고 멀리까지 비행하기 때문에 누구도 그 번식을 못 말린다. 지금은 향수 원료도 되고 약재로도 사용된다. 아빠를 민들레라 함은 그 그윽한 향기와 인내력과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과 멀리 내다보는 믿음직스러움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의 미소 속에는 아이를 위한 장래의 걱정이 있고, 아버지의 주머니 속에는 아이들을 위한 희생적 준비가 있다. 아버지의 가슴에는 아이에게 훌륭한 모범이 못된 가책이 늘 있고, 아버지의 심장 속에는 좀 더 좋은 아빠가 되려는 결심이 있다.

아빠는 아침마다 어디론가 나가지만 그 머릿속에서 아이에 대한 염려와 사랑이 가시는 순간이 없다. 아버지는 속으로 울고 겉으로 위로하는 자이며, 속으로 사랑하고 겉으로 책망하는 자이다. 아버지는 최후까지 남을 아이의 고향이며 영원히 배신하지 않을 아이의 친구이다. 아이들은 아버지를 통하여 하나님을 배운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두려움과 자비, 위엄과 사랑, 징벌과 용서를 동시에 가진 분이기 때문이다.

아들 딸들은 자기를 위하여 아버지가 언제나 대기상태에 있는 것(available any time)을 당연한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런 자식을 결코 탓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표현하지 않고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아버지의 얼굴은 엄하나 심장은 매우 부드러운 자이다.

<최효섭 아동문학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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