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IS와 올랜도 총기 테러

2016-06-15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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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의 만행이 갈수록 잔악해지고 있다. 민간인 참수, 인질 살해, 화형, 성매매, 성노예, 장기매매 등은 차치하고 인류의 고고한 역사와 혼이 담긴 유물도 가리지 않고 마구 때려 부수었다. 이제는 또 세계 7대 불가사의중 하나인 이집트의 피라미드까지 파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다.

피라미드는 수천년전 이 시대도 할 수 없는 우수한 공법으로 만들어놓은 인류 최고의 문화유산이다. 첨단공구도 없이 수많은 인간이 동원돼 세계 각처에서 일일이 캔 230만개의 화강암들을 뗏목으로 실어다 쌓아 올린 건축물로서, 물을 부어 땅 표면을 특수 처리해 지반을 견고하게 만들어 아무리 비바람이 불어도, 지금까지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 위용을 자랑하며 인간의 위대성을 보여주고 있다.

피라미드는 애초 수많은 건축가들이 건축물 안에 들어가 공사를 다 끝내면 그대로 그 안에서 사장되는 것으로 설계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걸 안 건축가들이 비밀퇴로를 따로 만들어 내부를 다 마무리하고 무사히 살아나왔다는 설이 담긴 기가 막힌 건축물이다. 이 역사적인 건축물을 아무렇지 않게 파괴하겠다고 하는 IS, 그들은 정말 인간이기를 포기한 집단인가.


800년간 평화롭던 대 로마를 점령한 고트족의 왕 알라딘도 로마의 유적지는 그대로 보존했다고 한다. IS의 야만성은 이제 그 도를 넘고 있다. 성노예를 거부한 여성들을 불 질러 살해하고 탈출하는 주민을 표적 사살하는 등 이들의 만행은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이들에게 현혹돼 자살공격도 불사하는 전세계 젊은 자생적 테러리스트, 일명 외로운 늑대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이번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발생한 미 최악의 총기난사 테러도 미국 내의 자생적 테러리스트에 의한 참극임을 볼 때 앞으로 이러한 비극이 얼마나 더 발생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경제적 난관, 실직의 어려움, 종교 및 인종문제로 인한 갈등, 정신적 불안 등에서 오는 여러 문제들은 얼마든지 IS에 가담해 이런 자생적 테러를 감행할 수 있는 요소를 충분히 제공한다.

우리도 언제 이런 변을 당할지 모르는 현실이다. “엄마, 그가 오고 있어요. 나는 지금 화장실에 인질로 잡혀 있어요. 그는 테러리스트에요.” 이후 어머니는 아들의 문자메시지를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사망자 명단에서 아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잔악한 테러리스트 총격 앞에 희생자가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겠는가. 한 무고한 청년의 어이없는 죽음이었다. 이날 죽은 희생자는 최소 50명. 그리고 5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이게 어디 남의 일인가. 그들은 단지 그 시각,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뿐이다.

이제 세계적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의 지도자 알 자와히리가 새로운 탈레반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에게 충성 맹세를 했다는 보도가 있다. ‘지하디즘(무력 성전주의)’이라는 같은 뿌리를 가진 알카에다와 탈레반이 결속을 재확인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의 결속이 앞으로 지구촌에, 특히 미국에 어떤 비극을 초래할 지 아무도 모른다. 어두운 그림자는 항시 우리 곁을 맴돌 것이다.

총기 테러의 대책으로 올 대선의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총기규제’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무슬림의 입국금지’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둘 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해법일까. 이것이 지금 미국이 당면한 딜레마다. IS가 있는 한, 우리는 언제 어디서건 안전하지 않다. 테러는 반드시 근절돼야 할 인류 최대의 적이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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