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화만이 살 길

2016-06-06 (월) 최효섭 아동문학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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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 공휴를 즐겼다. 이 날은 전물자(戰歿者)를 추모하는 날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민족적인 대 비극, 한국전쟁 66주년을 맞는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 등은 한반도(韓半島)뿐이 아니라 전 세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들이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무력경쟁으로 평화가 오리라는 망상은 하지 않는다. 힘은 힘을 부를 뿐이다.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를 위하여 한국전쟁(6.25사변)의 피해를 조금만 알려 둔다. 1950년에 시작하여 3년 동안 싸운 이 전쟁은 사망자 15만 명, 행방불명자 20만 명, 부상자 25만명, 공업시설의 43%, 발전시설의 41%, 탄광의 50%, 주택의 3분의 1이 파괴되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 5만4,246명이 전사했고, 10만3,28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것은 남쪽만의 통계이니 북한과 중공군을 합하면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른다. 이로써 발생한 과부 고아 피난민의 고통은 참혹하였다. 모든 도시가 폐허가 된 것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마르틴 루터 킹 박사의 사상을 대표하는 말이 사티아그라하(satyagraha)이다. 본래 이 말은 마하트마 간디의 사상을 나타내는 용어였다. 인도말로 ‘사티아’는 진리 혹은 사랑, ‘그라하’는 힘이란 뜻이다. 그래서 킹 박사는 Love-force(사랑의 힘)이라고 번역하여 사용하였다. 킹 박사의 유명한 강연 중에 ‘강한 정신과 부드러운 마음’(A Tough Mind and a Tender Heart)이 있다.


“노동자를 하나의 ‘일손’으로 보는 한 노사분규(勞使紛糾)는 해결될 수 없으며, 인간을 숫자(Number)로 보는 한 민주주의는 꽃 필 수 없다”고 킹 박사는 말하였다. 인간을 사회 구성의 ‘비인격적인 톱니바퀴’(Impersonal cogs)로 보는 한 갈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 동안 세계와 한국인이 뼈저리게 경험하였듯이 독재자들은 국민을 하나의 생산 기계로, 나라를 하나의 공장처럼 보며 사람을 비인간화(Depersonalize) 하였다. 그런 생각이 인간 자체에 대한 애정으로 바뀌지 않는 한 자유도 평화도 민주주의도 기대하기 어렵다.

키신저가 국무장관 때 유엔 연설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미국은 세계로부터 도망칠 수도 없고 세계를 지배할 수도 없다. 그와 같이 이 지구상의 어느 나라도 이 세계로부터 도망치거나 남을 지배할 수는 없다.” 이제는 지구촌이 서로 어울려 살고, 도우며 살고, 힘을 모아 평화를 이룩할 때이다. 이런 방향을 방해하거나 파괴하려는 것이 현대의 악이다. 나라는 나라대로, 세계는 세계대로, 평화롭게 함께 사는 분위기를 만들어 오염과 질병과 가뭄과 홍수와 싸우는 것이 아마도 오늘날의 천국 건설일 것이다.

전 이스라엘 수상이었던 골더 마이어에게 비서가 신이 나서 보고하였다. “수상님, 우리 군대가 대승하고 있습니다.” 마이어가 대답하였다. “싸워서 이기는 것이 결코 기쁨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저 벌판에 딸기 꽃을 감상할 수 있을 때가 정말 기뻐할 때입니다.”

지구촌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쟁문화가 평화의 문화로, 증오의 수례바퀴가 사랑의 수례바퀴로 바퀴여야 한다. 대화와 협상은 인내가 필요하고, 힘 있는 쪽에서는 밀어붙이고 싶은 유혹을 받지만 핵을 품은 지금의 전쟁은 동네 싸움이 아니라 인류의 존망이 걸려있기에 답답하고 화가 나도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

좁쌀만 한 우라늄 농축이라고 웃어넘길 일은 아니다. 좁은 한반도에서 핵은 무기가 아니라 바로 재앙이다. 시카고 의대의 맥칼리 박사(Michael McCally)가 체르노빌 원자로 피해자를 조사하였는데 생지옥을 보는 것 같았다고 한다. 한반도의 비핵화는 필수 절대적이다.

<최효섭 아동문학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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