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하, 그랬구나!’

2016-06-06 (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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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아내와 함께하는 모임이 점점 잦아진다. 띠 동갑 만남은 부부동반이 원칙. 골프도 부부와 라운딩 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술자리도 마찬가지다. 사적일 땐 아내들도 자주 끼는 편이다. 앞으로 살아갈 날에 아내와 함께 부부동반으로 즐기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부부모임을 자주하다 보니 중년부부들의 결혼생활이 고만고만함을 느끼곤 한다. 흔히 말하는 부부란 한 없이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먼 사이, 먼 것 같으면서도 가장 가깝고 허물없는 사이임을 공감하게 됐다. 부부싸움을 왜 ‘칼로 물 베기’라고 표현하는 지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왕 맺어진 부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남모르는 노력을 하고 있음도 알 수 있었다. 모든 부부들이 서로에게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음을 역시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서로에게 솔직한 표현을 잘 하지 않는 것 또한 닮은꼴이었다.

그들은 결혼 20-30년 차 부부로서의 좋지 않은 공통점들도 있었다. 부부로 오랜 생활을 한 탓인지 습관처럼 배우자를 대했다. 그래서 서로에 대한 배려나 예의가 좀 아쉽기도 했다. 가장 가깝다는 이유도 자신도 모르게 서로를 간섭하고 서운하게 할 때도 있었다. 마음을 떠 보거나 불평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간혹 말로 상대방을 무시해서 오히려 곁에 있던 사람들을 민망스럽게 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면도 있다. 사소한 문제를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 공격하고 비아냥거려 상처를 내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가깝게 지내는 부부들 중에 아직(?)까지 이혼한 부부는 한 쌍도 없는 이유다.
흔히 대부분의 부부는 서로가 상대방에게 감정표현을 잘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무슨 생각을 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 아내는 화를 내면서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남편이 다 알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아내가 대화가 아닌 잔소리를 늘어놓는다고 자리를 피한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왜, 나를 이해하지 못할까?”라고 불평만 한다. 부부가 대화를 할 때는 서로의 마음속을 헤아려야 한다. 남편이 무엇인가를 얘기할 때는 이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깃들어 있다. 반면 아내는 남편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고, 남편이 잘 챙겨주기를 원하는 마음이 더 크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오해가 쌓이고 다툼이 일어나기 일쑤다.

부부가 대화를 잘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서로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한다. 상대의 마음을 여는 것은 상대의 입장을 헤아려 주는 것이다. 그리고 공감해 주는 마음 씀씀이다.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이 대화를 잘하는 것이란 의미다.

대화는 기술이고 훈련이다.
부부가 올바른 대화를 하기 위해선 먼저, 나쁜 대화법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착한 대화법을 연마해야 한다. 나쁜 대화법은 상처 주는 말투와 단정 짓는 말 그리고 끊임없는 잔소리다. 그중에서도 상처 주는 말투를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말투가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투라 여겨지면 올바로 고쳐나가야 한다. 말투도 자꾸만 연습하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착한 대화법의 기본은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눈도 맞추고 고개도 끄덕거리며 맞장구를 쳐주면 금상첨화다. 무엇보다도 “아하, 그랬구나, 당신 정말 화났겠다, 많이 힘들었겠구나!” 등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마음, 처지, 형편 등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아하, 그랬구나!”로 반응하는 대화법은 부부는 물론 부모자식을 비롯해 어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상대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고, 상대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공감이 깃들여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아하, 그랬구나!”의 공감 대화법은 행복한 가정과 건강한 사회까지 만드는 셈이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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