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모님 은혜

2016-06-04 (토) 소예리 교무/ 릿지필드 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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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 생신은 음력 4월7일이다. 부처님 오신 날 하루 전이라 기억하기도 참 쉽다. 한국에선 전 국민이 쉬는 날이고 불교인들이 기념하는 날 하루 전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내가 엄마의 생신날을 마음속에 챙기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들어갔을 때 정도인 것 같다. 엄마는 늘 남편이나 자식들의 생일에는 미역국이나 찰밥 등으로 기념을 해주셨으나 정작 당신의 생신은 딱히 미역국 한 번 제대로 해 드신 기억이 별로 없다. 내 엄마의 생신은 늘 그랬다.

철이 없어 엄마의 생일날이 없는 것이 아니라 챙기지 않았음을 참 늦게 알았고, 그러다가 나는 원불교로 출가를 하여 교무가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엄마의 생신날에 찾아뵙지 못하고 살고 있다. 내 엄마 생신이 부처님 오신 날 행사와 겹쳐있어 그랬고 미국으로 와 생활한 이후에는 더더욱 멀다는 이유로 더 그랬다. 다행인 것은 다른 형제자매들이 있어 부모님을 찾아뵙고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으니 안심이다.

나는 출가의 기로에 있었을 때나 출가를 한 후 공중 사에 힘쓰는 사람으로 살면서 가진 화두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부모님을 곁에서 모시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돈을 벌어다 드릴 수도 없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며 살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원불교의 중요한 교리 중에 나의 고민을 해결해줄 부모은(父母恩) 조목이 있었다. 우리가 부모에게 어떤 은혜를 입었는지, 그 은혜에 보은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배은하는 것인지, 보은과 배은을 하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 잘 나타나 있었다. 나는 그 가르침을 따라 실행만 하면 될 일이었다.

우리는 부모에게 어떤 은혜를 입었는가? 우리가 부모에게서 입은 은혜를 가장 쉽게 알려고 한다면 우선 부모가 아니면 이 몸을 세상에 나타내게 되었겠는가, 어찌어찌하여 나타났다고는 하더라도 자력(自力) 없는 몸으로 저절로 혼자서 자라날 수 있었을 것인가 생각해본다면 누구라도 그렇지 못할 것은 다 인증할 것이다.

이 몸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은혜와, 길러주시고 보호하여 주시고 사람으로 인류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인도의 대의를 가르쳐주신 것이 바로 우리가 부보에게서 입은 큰 은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은혜에 어떻게 보답하며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우선 부모님께서 나에게 사람이 가야 할 큰 길에 대한 대의는 가르쳐 주셨으니 이를 바탕으로 공부의 요도를 잘 실천하여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닦고 키우고 힘을 기르고, 인생의 요도 사은사요를 빠짐없이 밟아 나가 자신을 완성하고 세상이 우러르는 스승이 되어 부모님 이름이 법보에 오르시도록 하는 것이 제일 큰 효가 된다. 그렇게 하면서 살아계신 부모님께서 자력이 없으실 경우에는 힘 미치는 대로 마음에 평안과 즐거움을 드리고 육체의 봉양도 드린다.

그리고 부모님이 살아계시거나 열반하신 후에라도 힘 미치는 대로 타인의 부모라도 내 부모와 같이 보호하라고 가르친다. 그것은 인과의 이치 따라 세세생생 많은 생을 오고가면서 인연된 부모님이 수도 없이 많을 것이고 현생의 부모뿐만 아니라 많은 생의 부모님께 입은 은혜에 보은하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무자력한 타인의 부모를 내 부모와 같이 돕는 일은 또한 나의 무자력한 때를 준비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부모님의 역사와 영상을 길이 보관하며 매년 기념제일도 챙기며 스스로 혹은 가족들과 함께 기념하고 기리는 것이 부모에 보은하는 길이 될 것이다.

나는 올해 원불교 100주년을 맞아 교단적인 행사가 있어 한국엘 다녀왔다. 마침 방문시기가 어머니의 생신이 있는 5월이었으나 공중에 속한 몸이라 올해도 역시 생신에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고 부모님 곁을 떠나와야 했다.

부모님께서 얼마나 섭섭하셨는지 나는 잘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내가 처해 있는 형편에서 힘 미치는 대로 부모보은의 조목을 마음 챙겨 잘 실행하는 것이 출가자로써 효도하는 길임은 안다. 내게 남은 것은 사는 동안 오직 보은행의 실천뿐이다.

<소예리 교무/ 릿지필드 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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