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산행, 안전하게 해야 한다

2016-06-04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크게 작게
드디어 등산 철이 다가왔다. 만물이 용트림치는 5월을 지나 신록의 계절이 펼쳐지는 6월이 된 거다. 뉴욕과 뉴저지는 가까운 곳에 큰 산들이 있다. 케츠킬 마운틴이다. 이곳은 등산객들이 찾는 아주 경관 좋은 산들이 많다. 뉴욕에서 2시간 반, 뉴저지에선 1시간 반이면 산 아래에 도착하여 산행을 할 수 있다.

보통 오르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산에 따라 다양하지만 6시간정도로 산행할 수 있는 코스들이 있고 하루나 이틀 정도 캠핑을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산의 높이는 보통 3,000피트에서 5,000피트 사이로 보면 된다. 인디안 헤드, 트윈, 위텐 버그 등 대부분의 산들은 그리 험난하지는 않다. 그래도 산행은 항상 조심해야한다.

지난 5월26일 메인 주 환경감시단은 2013년 여름, 미국 동부 애팔래치안 산길을 홀로 가다 길을 잃고 사망한 제럴딘 라르게이(66)의 수색과정의 1,579쪽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그녀가 숲 속에서 길을 잃은 후 굶주림과 추위로 죽기 전까지의 26일 동안의 상황을 기록한 일기와 남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등이 포함돼 있다.


2013년 7월23일 남편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로 가다 숲속에서 길을 잃은 라르게이는 캠프를 설치한 후 산행중인 남편과 만나기 위해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난청지역이라 전달되지 않았다. 24일, 남편에 의해 실종신고가 접수됐고 이때부터 10일간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이 탐색에 나섰지만 라르게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녀의 시신은 2년이 지난 2015년 10월 발견됐다. 등산로에서 불과 2마일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라르게이는 “내 몸을 발견했다면 남편 조지와 딸에게 연락해 주세요”라며 자신의 죽음보다도 가족들이 자신을 찾을 것을 도리어 걱정하는 메모를 남겼다. 라르게이의 마지막 메모가 8월18일이었다니 수색이 좀 더 길었다면 발견 될 수도 있었다.
10년쯤 되었을까. 아내와 둘이서 무척이나 산행을 좋아한 적이 있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올랐다. 산행 기록을 보니 년 중 45회를 산에 올랐다.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산을 찾은 셈이다. 다행히도 길을 잃은 적은 없었지만 바위에 부딪치거나 넘어진 적이 많아 다리와 정강이에 멍이 많이 들었는데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가급적 산행은 둘이서도 피해야 한다. 최소한 3명은 한 조가 되어 산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사고가 발생했을 시 라르게이처럼 구조요청이 안 되는 난청지역일 경우, 한 사람은 사고 난 사람을 지켜주어야 하고 한 사람은 사고를 알리려 하산을 해야 하기에 그렇다. 언제나 사람을 반겨주는 산이지만 안전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가끔 산행을 하다 보면 남자 홀로, 어떤 경우 여자 홀로 산을 넘나드는 경우를 보는데 절대로 삼가야 할 일이다. 남자든, 여자든 산행을 좋아하여 또 자신이 있어서 혼자 하겠지만 불의의 사고는 언제 닥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산행에서의 자만은 절대 금물이다. 사전에 산행 길과 산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준비는 필수다.

특히 뱀이 많이 서식하거나 곰이 있는 곳 등, 사람에게 직접 공격을 가해 올 수 있는 동물들이 사는 지역이나 기어서 올라가야만 되는 바위 산등을 산행 할 때에는 세 사람도 불가하다. 뱀은 등산 백에 딸랑이를 달아 사전에 피해가도록 예방해야 좋고 절대 밟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곰이 출현하는 곳은 산행을 피해야 한다.

여름철이 본격 시작됨과 동시에 시원한 산을 찾아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려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다. 자연 속에 묻혀 자연과 하나 됨을 만끽하는 것 너무 좋다. 그러나 항상 조심해야 할 것은 산행에서의 안전사고다. 잘못하여 라르게이처럼 길을 잃거나 한다면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 산행, 안전하게 해야 한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