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처님 탄신일을 맞이하여

2016-05-11 (수) 조성내 법사•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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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는 네팔 왕국에서 인간인 왕자로서 태어났다. 부처는 사람들이 늙어가고 병들고 그리고 죽어가는 것을 보고, 왜 사람들은 늙어가고 병들고 그리고 죽어가야만 하는가 하고 괴로워했다. 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처는 29세때 왕궁을 떠났다. 인도로 가서 수행을 했다. 6년 고행 끝에 드디어 도를 깨쳤다. 바로 연기법을 알아내셨다.

연기법이란, 연은 인연(因緣)을 말하는 것이고 기(起)는 생긴다라는 뜻이다. 부처는 ‘모든 것은 무상(無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무상이라는 말은 모든 것은, 인연 따라 항상 변해가고 있다는 말이다. 일체가 무상이기에 일체가 고(苦; 고통)라고 말했다.

일체가 무상이기에 또한 일체가 무아라고 말했다. ‘나’라고 하는 변치 않는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종교에서는 ‘나’라고 하는 ‘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나’가 죽으면 ‘나’가 천당에 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나’라는 주체가 없다. 무아라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날 수가 있단 말인가?


씨가 땅에 묻히면 나무가 되듯, 씨하고 나무는 서로 다르지만 연속되어 있듯이, 불교에서는 ‘연속성’을 말하고 있다. 다음 세상에 태어난 ‘나’는 현재의 ‘나’가 아닌 것이다. 별개의 ‘나’인 것이다. 우리가 전생의 사람들을 전연 알아보지 못한 식으로, 천국에 가서 보면, 전연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다시 태어나는 것을 고통으로 보고 있다. 다시 태어나면 또 늙어서 병들고 죽어야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생과 사의 윤회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것을 해탈이라고 한다.

해탈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죽은 후, 극락이나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은 해탈에 비해서 쉬운 일이다. 당신은 극락에 가기 위해서 꼭 불교인이 될 필요는 없다. 적어도 남을 해치지 않으면서 선하게 살면 된다. 극락에 가기 위한 기준은 무엇인가. 사회의 법을 따르고 5계를 지키면 되는 것이다.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그리고 간음하지 말라, 거짓말(망어, 악구, 양서, 기어)을 하지 말라, 그리고 술을 마시지 말라 이다.

불교는 인과응보를 믿고 있다. 자기가 진 죄에 대해서는 자기가 책임을 져야만 한다.
부처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나 스스로가 열심히 수행을 하라고 말했다. 이게 불교이다. 하지만 부처가 돌아가신 지 500년 후에 관세음보살과 아미타 부처가 나타나셨다. 이분들에게 빌면 만사가 해결된다고 하는, 불교가 타력신앙으로 변하고 말았다. 하지만 원래 불교는 여전히 자력신앙이다.

<조성내 법사•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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