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침묵하고 있는 지상사

2016-05-10 (화) 김순배 뉴욕한인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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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뉴욕한인사회에서는 한인회관 살리기 기금 모금에 정신이 없다. 5월11일까지 30만 달러 체납된 재산세를 내지 않으면 한인회관이 담보권 경매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인회장 자리를 놓고 왜들 이렇게 싸우고 난리들이냐고 혀를 차던 분들도 이제는 상황을 파악하고 이왕 이렇게 된 것 어떡하겠느냐고 하시며 우선 급한 불은 꺼야하지 않겠느냐고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다. 어떤 분은 하루하루 얼마나 모아졌나 확인을 하시며 발을 동동 구르신다. 이 일을 하는 입장에서 이런 한 분 한 분이 얼마나 힘이 되고 고마운지 모른다.

4월19일 ‘Shake and Go’의 김 회장님의 10만 달러 쾌적 건에 이어 5월2일에는 H Mart의 권일연 대표가 5만 달러를 선뜻 내놓으셨다. 은퇴하신 연로한 전직 한인회장님들, 각 직능단체 회장들께서도 안타까워하시며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신다.


뿐만 아니라 한인회관으로 한인들로부터 각자의 형편대로 크고 작은 성금이 답지한다. 누가 이런 한인들을 두고 뭉치지 못하는 모래알과 같다고 하였는가? 이 와중에 침묵하는 곳이 있다. 우리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한국에 적을 두고 이곳에서 영업을 하는 지상사들이다.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한결같이 “저희 회사는 한국 사람만 타켓하는 한국 회사가 아니고 Global Company이라서요”라는 답변만 돌아온다. Global Company는 국적이 없는 회사인지 묻고 싶다.

한인사회로부터 받은 이익이 크게 없으므로 한인사회를 도울 필요가 없다고 하는 말인지 그 대답의 정확한 뜻을 확인하고 싶다. 우리가 짝사랑을 하나 보다. 밖에 나가면 다 애국자라고, 우리 한인들은 두고 온 조국을 생각할 때마다 시집 간 여인이 친정 생각하듯이 무조건 가슴이 찡하다. 이곳에 살면서도 조국 소식을 들으면 노심초사한다. 재난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가슴 아파하며 십시일반 돈을 모아 보낸다. 지나가는 현대 차에 가슴이 뿌듯하다.

그러기에 수출 잘되라고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환율을 높여 우리에게 손해가 와도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 준다. 우리는 기왕이면 우리 제품을 사야지, 그래야 조국에 한 푼이라도 도움이 되지 생각하며 아이들이 조르는 아이폰 대신 겔럭시를 고른다. 냉장고, TV,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우리 집은 마치 LG 매장과도 같다. 어떤 분은 상대방 과실로 자동차 사고가 났는데 상대방 차가 현대차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냥 돌려보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섭섭한 마음에 불매 운동이라도 벌이고 싶지만 이내 마음을 접는다. 지난 밤 뉴스에 나온 취약 산업의 구조조정 문제로 조국의 경제가 어렵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사랑하기로 마음을 고쳐먹는다.

아무리 섭섭하고 얄미운 자식일지라도 잘 돼야 하겠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과 같은 이치이다. 가만히 옷섶을 풀고 슬퍼서 아픈 가슴 위에 빨간 약, 옥도정기를 발라 본다.

<김순배 뉴욕한인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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