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봄 산 솔향기 담은 찻잔

2016-05-07 (토) 천세련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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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정기를 담은 허디슨밸리 서쪽 트레일 슈네멍크 산에 산행을 하였다. 언젠가는 가야겠다고 벼르던 산행이었다. 산들 바람이 불어오고 들판에 수놓은 듯 핀 꽃들과 연두 빛 새순 나뭇잎들이 봄 햇살을 머금고 피어난다. 산길은 겨우내 잠들었다 다시 깨어나 소생하듯 생성의 에너지로 충만하였다. 흰색 트레일 화살표시를 따라서 길을 나서며 호흡 명상으로 초행 산길을 걸으며 자연속에서 치유되는 느낌이 다가왔다.

정적을 이는 산속에 물 흐르는 소리로 다가보니 계곡에 이끼들이 검푸른 색 바위에 덮여 있고 마른 낙엽들, 아직 피지 못한 나무들이 숲속에 잠이 덜 깬 듯 지난겨울의 잔상들이 남아 있다. 돌을 쌓아놓은 곳 지나간 이들처럼 돌을 주워서 하나 얹어 보며 긴 돌담길이 숲속 가에 이어져 있다.

몇 시간을 걸으니 서서히 더워지며 땀이 이마에 맺히며 나무 그늘에 앉으니 청청한 공기 시원한 기분이 든다.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스라이 펼쳐지는 산과 숲, 하얀 뭉개 그림 허디슨 강화단 예술 풍경화가 하늘에 걸린 듯하다.


물결치듯 이어지는 능선들 캣츠킬 산맥지역 멀리서 산불의 하얀 연기가 구름과 이어져 가고 있다. 일행들과 함께 점심을 우연히 산에서 만난 분들과 하고 나서 준비 해오신 다관에 녹차로 차회를 하게 되었다. 산이 좋아서 산 아래로 이사 와서 주말이면 산에 온다는 선한 미소의 맑은 산인의 마음은 산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평상처럼 거대한 바위 슈네멍크산 인디언들이 제사를 지낸 곳 바위틈에 자라는 소나무들의 솔 향이 맑은 공기 바람에 불어서 취하게 한다. 척박한 환경에도 자란다는 소나무는 분재처럼 바위에서 구부리고 누운 채 강한 생명력으로 자라고 있다.

송화 가루와 꿀로 다식판에 찍어낸 노란 다식과 솔잎 진달래꽃 화전과 화채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봄 찻상을 떠올려보았다. 하산을 하기 전 바위에 앉아서 산등선을 바라보며 산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심취해본다.

46억년 지구의 나이에 3억 년 전 이산은 바다였다고 한다. 지구의 나이는 외계에서 날아온 운석으로 알았다 듯이 바위들 사이에 조약돌과 조개들이 모래에 뭉쳐서 그어진 선들이 지각변동 지구의 변천사를 보게 한다. 한없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바라보며 만져보았다.

자연의 예술품은 말이 없다 단지 보여줄 뿐이다. 보는 사람의 몫이다. 산 아래 일어나는 일들이 한순간 바람일 듯이 봄에 꽃이 피고 지듯이 만남이 오고 가듯이 우리네 삶은 그렇게 살다 가는 것이라고 산은 말해 주었다.

<천세련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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