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버이날과 어버이 나라

2016-05-07 (토) 김해종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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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날은 1908년에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주 그랩튼 시에 있는 성 앤드류 감리교회 (St. Andrew’s Methodist Church) 에서 아나 자비스 (Anna Jarvis) 여사가 자기 어머님의 추모예배를 드림으로 시작되었다. 그 어머니는 남쪽이나 북쪽이나 상관없이, 남북전쟁에 희생된 아들의 어머니들을 돕기 위해 ‘어머니의 봉사의 날 클럽’을 조직하여 좋은 일을 하던 평화주의자였다. 자비스 여사는 “어머니는 우리를 위해 어느 사람보다 가장 많은 것을 주신분이다.” 라고 말했다.

5월의 ‘어머니날’ 을 우리나라에서 ‘어버이날’ 제정 한데는 좋은 뜻과 목적이 있었을 것이나 ‘어머니날’의 정신과 의미를 많이 약화시킨 듯 느껴진다. 우리 모두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는 없기때문이다.

우리는 나라에 대해서도 ‘모국’ 또는 ‘조국’이라 부르고 우리 뿌리와 존속감을 표현한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모국이라는 말은 잘 쓰지 않고 ‘부국(fatherland)’ 라는 말을 쓴다. 양쪽을 다 합쳐서 ‘어버이 나라’ 라고 해도 되겠다.


필자는 2년전 모교인 서울 감리교신학대학 객원교수로 있을때 기회가 되어 이중국적을 신청하였다. 한국은 참 좋은 나라다. 이민 간 국민들에게 65세 이상 되면 원하면 한국국적을 회복하는 길을 열어 주었다. 지난 3월에 우리 내외가 귀국하여 신청해 놓았던 이중국적을 취득하였다. 한국국적을 다시 찾으니 잃었던 어머니를 만난 것 같이 참 감격스러웠다.

나는 2003년에 한미재단에서 주최한 이민 100주년에 “자랑스러운 한국인”을 시상하는 자리에서 신호범 워싱턴 주 상원의원을 만났고 그의 간증을 들었다. 그는 해방 직후로부터 6.25전쟁때까지 서울역전 거지였다고 한다.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한 그가 미국에 와 대학에서 박사학위까지 하여 워싱턴 주립대학의 교수가 되었고 이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워싱턴 주 상원의원까지 된 것이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한인 2세 젊은이들을 위한 강연에서 그는 자신에게는 두 어버이 나라가 있다고 했다. 하나는 자기를 나아준 모국 한국이요 다른 하나는 자기를 키우고 성공 시킨 부국 (fatherland) 미국이 있다고 했다.

이 글은 그와 비슷한 길을 걸어온 필자가 이제 팔순을 지낸 한 한국의 아들로서, 어머니날에 어머님 사랑을 감사하듯, 나를 낳아준 모국을 사랑한다는 고백이다.

<김해종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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