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앤드류 존슨과 트럼프

2016-05-04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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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 즉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은 모두 대중을 위한 의식에서 비롯됐다. 오늘에 와서도 공익을 위한 도덕적 의식은 계층간 대립 해소를 위한 최고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의식은 특히 총체적 국난 때 국민 통합과 역량 극대를 위해 기득권 자제들의 전쟁 참여 등 실제로 행해졌다. 이런 기본적인 의식조차 없는 인물이 대통령이 된다면 과연 나라의 장래가 어떻게 될까.

미국의 많은 위대한 대통령 중에 제17대 대통령 앤드류 존슨이 있다. 그의 업적중 가장 탁월한 것은 알래스카를 러시아로부터 평당 2달러로 단돈 720만 달러에 매입한 것이다. 그는 당시 이 땅이 얼어붙은 불모지에 불과하다며 온갖 비난을 받지만 그 땅은 감추어진 무한한 보고라며 미래를 위해 사두자고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고 당시 국방장관 시워드를 시켜 그 땅을 매입했다. 오늘날 이 땅이 미국의 주요한 군사적 요충지이자 천연자원이 풍부한 영토가 되어 미국의 국익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세계를 리드하는 미국의 대통령은 바로 이런 기본적인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을 국가경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현재 공화당 경선주자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행보를 보면서 나름 염려가 돼 떠올려본 생각이다. 그의 지지도가 올라갈수록 국내외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유세장에는 반대파와 지지파 간에 유혈충돌이 벌어지고 그의 사무실에 정체불명의 백색가루까지 전달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수민족에 대한 인종분리 정책으로 국민들을 분열시키면서까지 그가 굳이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진정 미국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내(I)가 아닌, 국가(Nation)와 우리(We)를 한번쯤 곱씹어보는 것이 옳을 일이다.


얼마전 미시간대학교가 미국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타인 존중, 애국심, 자유, 안보, 기획균등, 행복추구, 정의와 공정성 등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과연 이런 미국의 가치에 부응하는 정책을 갖고 있는가. 그의 도가 넘은 막말은 기득권층에 염증을 느낀 극소수 백인들의 피곤하고 지친 영혼에 깊게 파고들어 이제 그의 지지율(41%)은 가상대결에서 힐러리 클린턴(39%)까지 뛰어넘는 이변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무너진 자존심을 세우겠다고 큰 소리 치고 있지만 문제는 그가 내세우는 공약이 모두 추상적이라는 점이다. 그래도 트럼프는 세 후보중 가장 많은 대의원 숫자를 확보, 공화당의 대선주자로 확정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의 선동적인 전략이 성공을 거두어 그가 만일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소수 인종들은 미리부터 떨 것이다. 영화배우 우피 골드버그는 벌써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이민을 가겠다고 하였다. 트럼프는 그의 말에 슬프다면서 비아냥거렸다. 이민자들이 미국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떠나려고 한다면 그것은 미국의 가치와는 맞지 않는 결과이다. 이래가지고 미국이 어떻게 세계를 리드라는 나라가 될 것인가.

국민을 분열시키고 두려움에 떨게 하는 지도자가 과연 대통령 자격이 있는가. 무엇을 위해 트럼프는 그토록 목숨까지 내걸고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가. 앤드류 존슨처럼 미국의 국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모든 것을 접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호텔경영인으로 돌아가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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