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늦둥이 막내딸과 사랑하는 엄마

2016-04-30 (토) 고수정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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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아주 늦둥이 막내딸이 있다. 그것도 40중반에 낳은 셋째 딸 인, 요 녀석이 생긴 것도 예쁘지만 하는 짓이 어찌나 예쁜지 옛말에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 라는 말이 하나도 안 틀린 것 같다. 아무리 내리 사랑이라고들 하지만 이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아이를 보면 “너는 어쩜 이렇게 예쁘니?” 라는 말이 절로 나오니 고령 엄마의 주책이 하늘을 찌를 정도이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 시에 사람들이 내 자식 예쁘다고 칭찬하는 소릴 들으면 기분이 절로 좋아 진다.

이러다 보니 첫째와 둘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 이다. 고 녀석들 어릴 적 너무 예뻐서 물고 빨고 하던 것이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말수가 적어지고, 마침 그시기에 막내가 태어나면서 관심을 모두 막내에게만 주게 된 것 같다. 나 어릴 적 동생에게 엄마를 빼앗긴 것 같아 서글펐던 그 심정을 요놈들이 느끼겠구나 생각하니 더 미안하다. 그러면서도 몸 따로 행동 따로 이니 참 답답한 노릇인데 이걸 알면서도 표현하기가 어색해 늘 쭈뼛거리기만 한다.

나의 친정은 딸만 둘인데 나의 동생은 어릴 적 부터 인형 같다는 소릴 많이 들었고 게다가 큰딸인 나와는 달리 싹싹하기까지 해서 어디를 가던 사랑을 많이 받고 친구들도 많은 아이였다. 그러니 부모님도 동생을 데리고 외출하셔서 들으시는 칭찬 소리에 얼마나 기분이 좋으셨겠는가? 지금이야 나도 아이를 기르는 입장이니 이해를 하지만 그 시기에는 그게 너무 질투 나고 속상해서 더 엄마에게 심통을 부려대곤 했었다. 자연히 엄마와 대화수가 줄어들고 또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유학을 와서 오랜 시간 엄마와 떨어져 살다 보니 엄마에게 심통 부려 죄송하다고 말씀 드릴 기회도 없이 얼마 전 엄마가 돌아가셨다. 그래서 오늘은 엄마에게 생전에 미처 못 드린 말씀을 드리려 한다.


“엄마, 참 많이 고맙습니다.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사랑 합니다. 일찍 말씀 드렸으면 저 때문에 서운했던 엄마 마음이 조금은 편하게 가실 수 있으셨을 텐데. 좋은 교육을 받게 해주시고 좋은 것만 입히고 먹이시고, 이 모든 것을 우리가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 엄마가 흘리신 피나는 노력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 살아왔는데, 엄마 가시고 난 후에야 진작 ‘감사합니다’ 라고 말씀 한번 못 드린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고 죄송합니다. 엄마가 우리에게 해주신 것이 엄마의 희생과 인내로 만들어진 값진 보물 이라는 것을 제가 아이를 기르는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평생 동안 저희에게 사랑을 듬뿍 주셔서 너무 편안하게 그리고 어려움 모르고 이 나이까지 철부지로 살았습니다. 우리 때문에 참 많이 고생 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우리에게 주신 수많은 빛나는 삶의 보물들 이제 제 아이들에게 골고루 잘 나누어 주겠습니다. 잘 키워 주셔서 그리고 엄마가 제 엄마여서 감사합니다. 엄마, 참 많이 보고 싶습니다. 이곳에 안 계시다는 것이 너무 허전하네요. 사랑합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큰딸 수정 드립니다.

<고수정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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