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

2016-04-30 (토) 이태상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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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좋은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요. 좋은 사람이란 그저 착해 빠지기만 해서는 안 되고,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치사하고 속 좁은 감정까지 다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게 목표에요. 삶 전체를 봤을 때 그게 좋은 배우가 되는 것보다 더 값진 것 같아요.”

영화 ‘동주’의 주인공 배우 강하늘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좋은 배우나(다른 어떤 직업인)이 되기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한 사람이 떠오른다.

다름 아닌 세계에서 가장 가슴이 따뜻한 사람으로 꼽히는 유명배우 안젤리나 졸리 말이다. 그녀는 자신이 낳은 세 아이뿐 아니라 캄보디아와 베트남, 에티오피아에서 입양한 세 아이까지 여섯 아이를 사랑으로 품에 안은 어머니이자, UNHCR(유엔 난민 고등 판무관)홍보대사이며 매년 가장 많은 돈을 기부하는 사회사업가이기도 하다.
2013년 아카데미 시상식 연설에서 그녀는 이런 말을 하였다.


“저는 어린 나이에 영화계에 데뷔해 겪어야 하는 나 자신의 고통에 대해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여행을 하고 둘러보면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전쟁과 기근과 강간의 생존자들을 만나보면서 이 세상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나처럼 먹을 음식과 머리 위에 지붕이 있어 안전하고 건강하며 기쁘게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깨닫고 다른 사람들이 겪는 불행도 없어야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같이 다 행운아들입니다.

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나 같은 사람은 운 좋게 태어나 기회도 있어 이 길을 걸어온 반면 세상 저 쪽에는 나와 똑 같은 또 한 여인이 나와 같은 능력과 욕망을 갖고도, 나처럼 하는 일과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나보다 더 좋은 영화도 만들고 더 훌륭한 연설도 할 수 있을 여인이 지금 난민 수용소에 앉아 아무런 발언권도 없이 어린애들에게 먹일 것과 재울 잠자리 걱정을 하면서 언제나 살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는 운명인지를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왜 내 삶은 이렇고 그 여인의 삶은 저런지 이해 할 수가 없으나, 내 삶이 쓸모 있도록 나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도 배우나 어떤 다른 직업인이기 전에 모두 이처럼 인간다운 인간이 돼야 하지 않을까. ‘실낙원’의 저자 영국 시인 존 밀턴(1608-1674)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마음은 제 마음 자리에 있고, 마음 그 자체로서 지옥을 천국으로, 천국을 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우리 가슴을 욕심이 아닌 진정한 사랑으로 채울 때 우리가 사는 세상과 우리 삶이 천국이 되는 것이리.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이리.”

<이태상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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