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X세대 주택 소유율 약 58.5%로 30년래 최저

2016-04-28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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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시장서 밀려난 세대, 금융위기 직전 주택구입이 대부분

▶ 주택 차압당한 X세대 비율 매우 높아

주택 시장 붐의 주역인 X세대의 신세가 처량해졌다. 한때 높은 주택 소유율을 자랑하면 잘 나갔던 X세대가 10년이 지난 지금 주택소유율이 가장 낮은 세대로 전락했다. 주택 시장 회복세가 이어진지 5년째로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추락한 X세대의 주택소유율은 좀처럼 회복 불가능한 상태다. 월스트릿 저널(WSJ)이 주택 시장에서 밀려난 세대 취급받는 X세대의 기구한 운명을 집중 조명했다.

■ X세대 침체 피해 진행형
주택시장 회복 5년차지만 침체로 인한 상처는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여전히 깡통 주택 비율이 높고 모기지 연체율도 완전히 가라 앉지 않은 상태다.

대공황에 버금가는 주택시장 침체 여파로 거의 모든 연령대가 고통을 받았지만 그중 유독 X세대가 입은 상처의 골이 매우 깊다. X세대는 1965년과 1984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로 이미 중년에 접어든 연령대다. 앞선 세대로는 1946~1964년에 출생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있고, 이어 1985~2004년에 출생한 세대가 요즘 잘 나간다는 밀레니얼 세대다.


이런 X세대의 주택 소유율이 지난 10년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져 현재 전 세대 중 가장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는데 앞으로도 수년간 회복 기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 대학 공동주택 연구소에 따르면 불과 약 10년 전인 2004년 전세대 중 가장 높은 주택 소유율을 자랑하던 X세대는 2015년 가장 낮은 주택 소유율을 기록한 세대로 전락했다.

2004년 25~34세의 연령대였던 X세대의 주택 소유율은 약 49.5%로 연방센서스국이 조사를 시작한 1980년 이래 해당 연령대중 가장 높은 주택 소유율을 기록했다.

X세대가 35~44세의 나이로 접어든 지난해 조사에서 주택 소유율은 약 58.5%로 나타났는데 동일 연령대의 평균 주택 소유율인 약 65.8%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비율로 30년래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 구입 타이밍이 화근
X세대의 주택 소유율이 10년만에 이렇게 뒤바뀌게 된 것은 주택 시장 진입 시기와 깊은 관계가 있다. X세대가 가정을 꾸린 뒤 본격적으로 주택 구입에 나선 시기는 주택 시장이 막 정점을 향해 치닫던 시기다. 당시 느슨한 주택 융자 관행으로 주택 구입에 큰 어려움이 없던 시기로 X세대의 주택 구입 수요와 맞물려 주택 소유율이 부풀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터진 금융 위기로 X세대의 주택 소유율 거품이 한번에 꺼지면서 주택 소유율이 전례 없이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 바로 윗세대인 베이비부머 세대의 주택 시장 진입 시기는 주택 시장 활황이 시작되기 전인 2000년대 초반으로 주택 시장 침체 여파를 견딜만한 여력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어 큰 폭의 주택 소유율 하락은 피했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텐-X 닷컴’(Ten-X.com)의 릭 샤가 수석부대표는 “한마디로 X세대가 잘못된 시기에 주택 시장에 진입한 것이 화근이었다”며 “현재 활발히 주택 재구매에 나서고 있어야 할 X세대가 사라진 것이 문제”라고 월스트릿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 주택시장에 악영향
X세대의 몰락이 주택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X세대가 주택 시장 회복 유지를 위해 맡아줘야 할 역할이 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시장이 원활한 회복세를 유지하려면 세대간 교체가 잘 이뤄져야 한다. 사회 진출층인 젊은층은 우선 주택을 임대하면 주택 구입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첫번째 단계다.

주택을 구입한 젊은층이 모기지 페이먼트를 갚아나가며 어느 정도 자산을 축적하고 가족이 늘게 되면 좀 더 큰 집을 구입해 이사하는 것이 전통적인 수순이다.

그러다가 자녀가 출가한 뒤에는 큰 집을 아랫세대에 처분하고 다시 작은 집으로 옮겨가는 것이 바람직한 주택 시장의 회복 양상이다.

그런데 현재 중간 단계를 맡고 있는 X세대의 경우 주택 시장 침체 여파로 큰 집으로 이사 가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결국 아랫세대가 구입해야 할 주택 가격대에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윗세대인 베이비부머 세대의 다운사이즈용 주택 구입까지도 영향을 받고 있다.

■ ‘X세대 주택 구입 지원해야’ 주장도
현재 주택 시장에서 X세대가 처한 상황은 복잡하다. 현재 X세대 인구는 약 8,3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탄탄한 주택 수요 대기층인 밀레니엄 세대의 약 8,700만명보다 약 400만명 적은 인구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10년 뒤 밀레니엄 세대의 인구가 이민 인구 유입 등으로 무려 약 9,300만명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X세대의 인구는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이미 밀레니얼 세대가 겪고 있는 주택 매물 부족 사태가 10년 뒤에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도웰 마이어스 USC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X세대가 주택 구입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X세대의 주택 구입 중단으로 주택 시장 회복이 정체된 상태”라고 월스트릿 저널과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 ‘내집 장만’ 꿈 이미 접은 세대
자비어 텍시도어(33세)와 부인 지난 10년새 2채 주택을 잃었다. 20대 초반에 플로리다 잭슨빌 인근에 구입한 주택을 침체 여파로 인해 잃을 수밖에 없었다. 2003년 처음 장만한 콘도미니엄은 5년 만에 터진 금융 위기로 곧바로 깡통 주택으로 전락했다.

궁여지책으로 차압을 선택한 부부는 부지런히 2012년에 다시 새집을 장만했다. 2번째로 구입한 주택은 높은 수리비 지출로 인해 주택 시장 회복을 코앞에 둔 2012년 결국 부부를 파산으로 이끌었다. 이후 부부는 주택 구입의 꿈을 접고 세입자로서의 인생을 살고 있다.

부부처럼 차압과 숏세일로 집을 처분한 경우 3년~7년이 지나야 주택 재구매가 가능하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집계에 따르면 2006년과 2014년 사이 약 900만명의 주택 소유주가 차압과 숏세일을 통해 주택을 급매한 뒤 아직까지 재구매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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