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돈, 돈이 문제야!’

2016-04-25 (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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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에는 수많은 단체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학연, 지연, 혈연, 동창회, 향우회, 종친회, 띠 모임, 취미 동호회 등등. 경제 및 사회봉사단체들도 참 많다. 어떤 단체든 굴러가려면 운영자금이 필요하다. 운영자금은 회원들에게 의존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많은 단체들이 그렇지 않다. 한인사회에 각종 명목으로 손 내밀기 일쑤다.

한인사회의 장학행사가 대체로 그런 모습이다. 단체들은 너도나도 장학행사를 한다.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장학기금 마련 방법이 문제다. 대체로 기금은 골프대회 등에서 거둔 수익금으로 조성한다.

그러다보니 억지 떠맡김이 난무한다. 겉은 멀쩡한 척 하지만 ‘속앓이’ 하는 한인인사나 업체들은 수두룩하다. ‘안 해줄 수도 없고, 해 주자니 한두 군데가 아니기에 출혈이 너무 크다’는 넋두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결국 좋은 취지의 장학행사가 오히려 한인들에게 부담을 안기는 행사가 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한인사회의 장학행사가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한인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각종 기금모금은 날이 갈수록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그만큼 한인 누군가들은 강요에 가까운 기부부탁으로 곤욕을 치르게 되는 셈이다.

기부요구 태도는 억지에 가깝다. 예상에 못 미치는 기부 땐 ‘성의’를 ‘쫀쫀함’으로 비유한다. ‘너무 적다, 동냥 온 줄 아냐?’며 화도 낸다. ‘단골 운운’은 기본 메뉴. ‘도와주지 않으면 다신 안 온다’는 협박을 당연시 한다. 불황에 고객마저 놓친다는 엄포로 업주들 주머니를 털어간다. ‘불황에, 돈 달라는 단체들은 너무 많다’는 업주들의 한숨이 그치지 않는 이유다.

남을 돕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푼푼이 모아 남을 도울 때 더욱 빛이 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인행사는 남들이 도와 줄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그러다보니 한인들에게 부담을 주면서 수익금을 거둬들이기 마련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선행이 아니라 민폐가 되는 이유다. 어느 누가 남의 돈을 가져다 다른 사람에게 퍼주는 일을 ‘잘 했다!’고 하겠는가?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행사 후 ‘결산보고’를 하는 단체는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어디에 어떻게 제대로 쓰였는지 명확하게 공개하는 일이 드물다. 모금한 기금을 사용처와 근거도 없이 처리해 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결산보고 안 하냐?’고 묻는 목소리마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한인단체들의 기금모금 행사 후 투명한 결산보고는 기본원칙이다. 그 단체의 정직성과 신뢰성을 후원자들에게 보여주는 사명이다. 후원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달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때문에 결산보고를 하지 않는 단체들은 후원자들로부터 외면되어야 한다. 또 어떤 기금도 한인들을 대상으로 모금해서도 안 될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단체든 기금모금에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그 단체 회원들이 먼저 성의껏 후원금을 내야 한다. 그런 다음 부족하고 필요한 기금을 모금해야 한다. 다시 말해 어떤 경우라도 한인들에게만 전적으로 필요한 기금 전액을 모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런 방법은 올바르고 정당한 모금자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인사회에서 각종 후원금 모금에 나선 뒤 흐지부지되는 사례가 너무 흔했다. 결산보고도 안하고 묻는 목소리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돈’이 문제가 되는 단체가 한 둘이 아니다. 이젠 그런 두루뭉술한 악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한인단체들은 기금모금 결산보고를 기본원칙이자 사명으로 여겨야 한다. 후원자들은 투명한 결산보고를 하는 단체만 돕도록 해야한다.

지금, 한인사회는 각종 기금모금 행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해당단체들은 더 이상 투명한 공개에 최우선을 두지 않으면 한인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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