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농구경기에서 배우는 교훈

2016-04-22 (금) 홍성애 뉴욕주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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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경기는 볼수록 재미있고 매력 있는 운동이다. NBA(프로 농구)나 대학팀 또는 고등학교 팀끼리의 대항전은 아마 가장 열광적이고 인기 있는 경기의 하나일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고 응원하는 팀을 따라 그 팀 로고가 새겨진 T-셔츠나 점퍼, 머리띠를 두르고 미국 전역으로 응원하러 다니는 열성팬들이 많은걸 보면 그 인기를 가히 가늠 할 수 있다. 뉴욕엔 닉스(KNICKS)와 브루클린의 넷츠(NETS)가 있어 나도 자연히 우리 도시의 팀들을 응원하게 되는데 올해는 두 팀 다 썩 좋은 성적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지난 4월5일은 여자대학농구에서 역사를 새로 쓴 날이었다. 최종적으로 남은 두 팀 시라큐즈대학과 커네티컷대학 팀이 맞붙는 날이었는데 지노 아우리에마(Geno Auriemma) 코치의 UConn팀은 이번에 이기면 11번째로 그 대학에 승리를, 커네티컷 주로는 총 16번의 월계관이 되는데, 특히 UConn의 6’4” 장신 에이스, 브리애나 스튜어트(Breanna Stewart)는 대학 1학년 부터 계속 뛰어 4학년인 올해까지 이기면 4년 연속 승리 팀을 이끄는 기록을 세우게 되어있었다.


브리애나와 함께 삼총사로 불리는 다이아나, 마야 모어가 물 샐 틈 없이 똘똘 뭉쳐 펼치는 이 날의 경기는 정말 기막힌 게임이었다. 역사적인 기록을 세우느냐, 아니면 여기서 저지 당하느냐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손에 땀을 쥐게 했는데, 결국 경기는 UConn이 82:51로 시라큐즈를 대파, 최후의 승리를 거머쥔다.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이 경기는 농구장이 온통 환희의 도가니를 이루었다. 코치를 번쩍 들어 올려 헹가레를 치고, 그는 커다란 가위를 갖고 농구대에 높이 걸린 그물을 싹 뚝 잘라내는 세레모니를 연출했다.

그 날의 여주인공은 단연 브리애나, 그녀는 체격 우람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흑인선수들이 주름잡는 농구계에서 드물게 보는 백인, 게다가 호리호리한 체격이라 키 빼곤 일견해선 대단할 것 같지 않은 선수인데 그녀의 집념과 승리에 대한 결의는 그녀를 수퍼 스타로 만들었다.

농구시합을 볼 때, 보통 멋진 덩크슛을 하면 속이 다 후련히 뚫리는 쾌감 때문에 관중들의 함성이 터지고 그는 대번에 스타플레이어가 되는데 그에 못지않게 놓치지 말건, 5명의 같은 팀 선수들의 결속력이다. 즉 협동심과 즉각적이고 순간적인 판단능력이 아주 중요하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승리 팀을 보면서, 코트 밖에서의 그들의 보이지 않는 수많은 땀과 노력, 피나는 연습과정, 때로는 펄썩 주저 않고 싶은 순간들을 생각해 보았다. 단체경기가 다 그렇듯 농구처럼 협력이 잘 이루어져야 하는 경기는, 개인의 우수한 기술도 중요하지만 절대적으로 ‘우리’ 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우리’는 생사고락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공동체 운명이므로 마음이 잘 합쳐져야 하고 때로는 나의 희생을 요구한다. 나의 불이익이 ‘우리 공동체’에 유익이 될 때 나는 과감히 나의 욕심과 야망을 내려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또 내가 발 벗고 나서야 할 때 움츠린다면 그것도 안 될 일이다. 결국 협력이 잘 돼야 가정도 평화롭고, 공동체가 살기 좋게 되고, 행복한 사회를 이뤄간다는 평범한 교훈을 나는 오늘도 농구시합을 보면서 새삼 배운다.

<홍성애 뉴욕주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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