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구촌 대재앙과 시민의식

2016-04-20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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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6.25동란 이후 온 국민의 결집력으로 단기간 내에 IT와 자동차, 선박 산업 등으로 경제 강국의 기적을 일구었다. 아울러 스포츠, 연예 등에서도 한류 붐을 일으켜 전세계인을 감동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 국민의 의식수준은 매우 낮아 어글리 코리안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즉 경제는 발전했어도 자살률, 이혼율, 음주율 등은 세계 제1위를 기록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얼마전 미국 CNN 방송에서는 한국을 성형천국, 소개팅의 천국, 세계에서 신용카드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로 소개했다. 싱가폴 국영방송에서는 한국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이런 현상들은 모두 그 나라 국민의 의식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일 것이다.

최근 세계적인 도시 뉴욕 맨하탄에서 무비자로 입국한 한국인 성매매 여성 49명이 수사당국의 급습으로 체포돼 세계인에게 알려지는 추태도 바로 한국인의 낮은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겠는가.


반면 이번 구마모토 현의 규모 7.3의 강진으로 재난을 당한 일본인들의 의식수준을 보면 머리가 숙여진다. 지진의 여파로 온 마을이 처참하게 무너져 공포와 충격에 사로잡혀 있는데도 일본인들은 서로 양보하고 서로 보살피며 남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선진 국민의 모습이 아닐까.

매점이 오픈 되자 줄서서 기다리던 한 피난민 가족 네 명이 들어가 물과 주먹밥을 더 살 수 있는 데도 그들은 작은 물병 한 병씩과 주먹밥 두 개씩만 샀다. 더 살 수 있는데도 그들이 더 사면 뒤에 오는 사람이 못 먹기 때문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5년 전 일본의 쓰나미 사태 때도 피난민들이 임시 기거하는 대피소에서 1인 당 담요 한 장 씩을 주었는데 모두 두 식구에 한 장 씩 밖에 안 가져가더라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아마 이런 상황이라면 하나라도 더 갖겠다고 아우성이었을 것이다. 일본인들의 서민의식은 몇 년전 세월호 같이 배가 침몰했을 때도 선장의 지휘아래 한명도 죽지 않고 모두 살아남았다. 300여명의 무고한 인명이 바다에 수장된 한국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이번 지진으로 일본은 물론 남미 예콰도르까지 지금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전기 공급이 중단되고 식수, 생필품까지 없어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현재 일본은 45명 이상, 에콰도르는 4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아직도 매몰된 수많은 이들을 구하기 위한 필사의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지만 산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져 쉽지 않아 보인다. 속히 한명이라도 더 구조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당장은 고통스러워도 지금의 재난은 훗날 희망으로 다가올 것이다.

지구상 최대의 재앙을 당한 로마의 도시 폼페이도 재난을 딛고 오늘날 희망의 도시로 탈바꿈 하였다. 폼페이의 베스비오 산은 서기 79년 4미터 높이의 화산재가 순식간에 시가지를 덮으면서 수천 명의 사상자와 천문학적 규모의 피해를 기록하며 도시자체가 사라졌다. 그러나 300년 전 우물을 파던 한 농부에 의해 시신이 발견되면서 발굴 작업이 시작되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 유적지가 되었다.

지금도 재난지역은 또 어떤 여진이 올지 모른다는 공포가 있지만 그래도 복구를 향한 희망의 불꽃은 아직 남아 있다. 이번 지진에서 우리가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나라를 굳건하게 지키는 동력, 바로 일본 국민의 바른 시민의식이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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