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6-04-16 (토) 윤해영 병원근무/티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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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을 들여다본다. 예쁘지 않은 손이다. 허기야 섬섬옥수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손 예쁘다 소리는 어렸을 때부터 단 한번 들어본 적이 없다. 나는 어디에서든지 누가 내 손을 유심히 보는 눈치면 슬그머니 손을 내려놓거나 뒤로 감춘다. 게다가 열 손가락 중 두개는 끄트머리가 아무리 좋게 표현하려고 해도 병신이다.

왼손 중지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렸을 때의 어떤 사고로 조금 잘렸다 하는데 짧고 못 생겨 워낙 예쁘지 않은 손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오른쪽 검지는 어른이 된 후에 정신팔고 있다가 돌아가는 기계에 아무 생각 없이 집어넣어 끝이 조금 잘렸다.

검지 손가락의 끄트머리에는 엄청나게 중요한 신경이 밀집되어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그 끝에서 느껴져야 할 섬세한 감각은 손가락을 쓰는 전문가라면 더 이상 그 전문성을 살릴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이다. 그 후 바늘을 잡는 일이라든지, 기타 치는 것 같은 검지 손가락 끝의 역할이 필요한 곳은 종지부를 찍었다.그렇다고 해서 사는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를 보아도 자신만만하게 내세울 건덕지가 없지만 손만은 될 수만 있으면 감춘다. 언젠가 무심히 두 팔을 내리고 찍은 사진에 못 생긴 손이 선명하게 드러나 그 이후부터는 사진 찍을 때도 두 손은 뒤로 보낸다.

어느 모임이나 교회에서도 인사를 나눌 때 악수를 하는 것이 보편화 되었다. 나는 악수를 할 때 그 내밀어진 손에서 그 사람의 성품을 파악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본인이 먼저 악수를 청해 손을 내밀고는 이내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매가리 없이 놓아 버린다. 아주 기분이 나쁘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용케 기억하는 이상한 버릇이 있어서 몇 번 확인한 후에는 악수에 응하지도, 청하지도 않는다.

어떤 유명 교회 목사는 너무나 많은 교인들과 일일이 악수하다가 손 관절에 이상이 와서 공개적으로 교인들에게 악수하지 말아달라고 했다니, 그럴 법도 한지 모르지만… 이왕 하나님이 주신 최고 걸작품인 손으로 후에 소독수건으로 손을 닦더라도 내민 손은 정성껏 힘차게 잡아주어야 한다. 그 힘은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그 어느 곳 하나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가져다 붙이지 않으셨다. 정교한 컴퓨터가 따라갈 수 없는 두뇌와 오장육부 세포 하나하나에 구석구석 눈썹에 이르기까지 필요치 않은 곳이 없지만 그 중에 손은 걸작중의 걸작이다.

우리는 이 소중한 손을 가지고 무엇을 하는가. 수저를 움켜잡고 내 입에 밥을 퍼 넣는 일만큼 중요한… 손을 펴서 내게 손을 내미는 사람을 잡아주고 외로운 사람을 끌어 안아주고 있는가.

<윤해영 병원근무/티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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