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로 다른 성격의 부부간

2016-04-09 (토) 신충식 노인학교 교장/ 릿지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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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서울 종로 2가에서 버스 에 올랐다. 연세대학에 입학한 지 1 년 된 신입생으로 학교가는 길이다. 나는 거기에 가는 버스에서 만난 같 은 대학 성악과 여학생과 뜨거운 연 애 끝에 결혼 했다. 살다가 보니 어찌 그렇게 서로 다를까.

생각 하는 것도, 무엇을 얼마나 먹는 것도, 언제 잠자 고 몇 시에 자고 몇 시에 일어나는지 도 온통 모두가 다르다. 처음에는 다 른 것이 매력으로 보일 때가 있었지 만 사실은 그 다른 이유로 서로 다툼 이 생긴다는 걸 알아 차리는 데는 많 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이 세상에 태 어난 모든 인간들이 한 사람도 같지 않게 태어난다는 것도 알게 된 지 얼 마 되지 않았다.

그나마 지지고 볶으면서 아직까지 살아온 건 `참으로 기적 이다'라고 말 해도 될 것 같다. 뭐 내 경우 뿐이겠 는가. 이 세상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 로 어떻게 행동 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건강, 돈 문제, 삶의 질, 행복 의 질 모든 것들이 결정되는데 내가 이렇게 말하면 그렇다는 걸 이해하 면서도 고치지 못하고 그냥 예전처럼 살아간다.


암환자가 될 습관과 성격, 당뇨병이 될 습관과 성격, 관절염 이 될 습관과 성격, 돈 문제로 어려움 을 당하고 살아야 할 습관과 성격, 모든 것이 본인의 생각과 그 생각이 행 동으로 사회에 나타나서 이루어지는 것들이다. 같은 형제인데도 언니는 남을 믿 지 못하는 성격, 남을 긍정적으로 생 각 안하는 성격, 그래서 다른 사람과 의 관계에서 미움도, 시기심도 더 많 이 일어난다.

그런 마음 상태는 뇌의 호르몬 작용이 노르아드레날린 이라 는 독성이 있는 물질이 혈관을 통해 나와서 피를 산성으로 만들고, 말하 자면 피를 상하게 해서 몸에 여기저 기 염증을 만든다. 그래서 아픔을 당 하게 된다. 남 탓을 많이 하면 더 몸 이 아프게 된다. 모든 원인은 내게서 비롯되었으니 내가 변해야 된다. 버스에서 만나 같은 대학교 아름 다운 캠퍼스에서 짜릿한 시간을 보내 다 결혼을 했어도 서로 다른 걸 이해 못하면서 수많은 다툼과 괴롭게 살던 가운데 내가 마음을 바꾸기 시작한 건 65세가 넘은 인생 거의 끝자락에 와서 였다.

처음에는 그냥 마음속으로 아내를 불쌍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기 시작 했다. 전에는 아내 탓으로 이런 일이 반복 된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음을 바꾸어 내 탓으로 돌리고 그렇게 하 니까 아내가 나 때문에 불행해졌으니 불쌍한 생각이 들기 시작 했다. 사람 의 생각으로 얼린 물의 문양이 변하 듯 사람의 생각으로 썩어가는 흰 밥 의 색깔을 다르게 만들 듯 우리 부부 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내가 말로 한 것이 아니다. 말없이 그저 속으로 아내 를 불쌍히 여긴 것뿐인데 아내가 변화 되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 변했다.

대화도 서로 나누고 다시 애정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부부간에 대화가 안 통해서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살면 그건 부부 관계라기보다는 한 방을 쓰고 있는 룸메이트가 된다. 내가 변하면 상대방은 저절로 변한 다. 행복은 바로 내 앞에 주어진 사람 부터 시작해서 친구 모임, 사회로 번 져 나간다면 몸도 건강하게 되고 기 쁘게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생 각을 해보았다.

<신충식 노인학교 교장/ 릿지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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