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거울!’

2016-04-11 (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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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은 물체를 비추는 물건이다.
어린 시절엔 거울이 ‘색경’인 줄 알았다. 어머니는 항상 ‘색경’ 가져오라고 하셨다. 아마도 청동으로 된 거울을 ‘쇠경’이라 부른 데서 유래된 듯하다. 그 당시 거울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호랑이, 학, 소나무 …’ 등이 들어가 앉았다. 방이나 마루 한 쪽에 액자처럼 놓여 있었다. 그 거울을 보며 가족들이 옷단장과 매무새를 고치던 기억이 난다.

그 때만 해도 거울은 귀했다. 흠이 생겨도 쉽게 버리지 않았다. 집 안에 테이프가 붙여진 깨진 거울이 곳곳에 있었다. ‘깨진 거울을 보면 재수가 없다’는 속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만큼 사는 게 팍팍했던 시절이었다.

사람들은 매일 거울을 본다.
거울은 얼굴을 비춘다. 얼굴은 마음의 창이다. 사람의 심성은 얼굴에 나타난다. 그래서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며 마음의 상태를 살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남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거울에 비추어 자신의 일상을 반복하는 이유다


사람의 얼굴엔 과거와 현재가 담겨있다.
사람의 얼굴은 열 번 변한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의 얼굴을 한 평생 사는 동안 여러 번 변한다는 뜻이다. 어릴 때는 부모에 의해 얼굴이 변한다. 결혼해서는 배우자에 의해서다. 노년에는 환경과 자기 이력에 따라 얼굴이 변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얼굴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과거를 쉽게 짚어볼 수 있다. 현실 역시 그 사람의 얼굴 표정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착한 얼굴을 만나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런 사람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만큼 세상이 각박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얼굴은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

마음을 펴면 얼굴도 펴진다. 고운 마음이 고운 얼굴을 만든다. 당당한 사람의 얼굴엔 자신감과 신념이 엿보인다. 착한 얼굴, 진심을 담고 있는 얼굴, 아름다움이 풍기는 얼굴 등등. 이는 선한 마음, 진솔한 마음 그리고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사람들의 얼굴이다. 왜냐하면, 마음에 무엇이 있느냐에 따라 얼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참으로 얼굴은 마음의 모습인 셈이다.

마음에도 거울이 있다.
“사람들은 대개 두 종류의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살아간다. 하나는 자신의 외모를 비추어 볼 수 있는 마음 밖의 거울이고 하나는 자신의 내면을 비추어 볼 수 있는 마음 안의 거울이다.-작가 이외수의 ‘생존법’”
자신의 마음을 비추어볼 수 있는 것이 ‘마음거울’이다. 세상은 다 나를 비추는 ‘마음거울’이라 한다. 우리는 그 사실을 놓치고 살아간다. 조금만 신경 쓰면 언제 어디서나 ‘마음거울’을 비추어볼 수 있건만, 그렇게는 잘 하지 않는다. 자신의 외모나 모습에만 거울이 필요할 뿐이다. 자신이 주인공인 마음에는 좀처럼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거울’을 제대로 보면서 사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옛 사람들은 ‘마음거울’ 비추기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마음 경계하는 글을 거울에 새겨 수시로 마음을 갈고 닦는데 무척이나 애를 썼다. 일상생활 중에서 묻히게 되는 마음의 때를 부지런히 닦아내기 위해서였다. 주나라의 무왕은 거울에다 “그대의 앞은 눈으로 보고, 뒤는 생각으로 살펴라”라고 새겨 놓고, 매일 마음의 수양 쌓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마음은 잠시 한눈만 팔아도 쉬이 달아난다고 한다. 그러니 이제라도 얼굴만 보지 말고, 매일 ‘마음거울’을 보자. 스스로의 마음을 수시로 챙기자는 말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점점 밝아지고 향기로워지는 자신의 마음모습을 보면서 삶의 행복을 제대로 즐길 수 있지 않겠는가?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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