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세계

2016-04-09 (토) 김명욱(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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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아니하는 세계가 있다. 보이는 세계란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가시의 세계를 포함한다. 보이지 않는 세계란 마음의 세계, 정신의 세계, 영혼의 세계 등이 있다. 우리의 눈엔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있는 마음, 정신, 영혼 등은 우리의 육신과 함께 하면서 인간을 인간되게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녀 간의 사랑에 있어서도 마음은 가장 중요하다. 사랑의 마음이 없는 남자에게 자신의 몸을 맡길 여인이 있겠는가. 없다. 그러니 여인을 사로잡으려면 먼저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마음을 열어 준 여인은 마음과 함께 온 몸을 사랑하는 남자에게 맡기게 된다. 연애에 자신이 없다면 연인의 마음을 먼저 잡아보길 권한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이런 영화가 포르노지, 영화냐 하는 비판을 받은 영상물이 하나 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of Grey)다. 돈이 많은 젊은 부자 그레이에게 섹스토이처럼 농락당하는 여대생 인턴 아나스타샤와의 관계를 그린 영화다. 그레이는 돈으로 사랑을 사려했지만 아나스타샤는 아니었다.


아나스타샤는 그레이를 만나면서 그를 순수하게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레이는 아나스타샤의 육체만 탐한다. 한 사람은 사랑을, 한 사람은 육체만을 원하는 이런 관계니 결국은 파국으로 끝나고 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마음으로 사랑을 공유하지 못하게 되는 육체만의 섹스는 언젠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 모래성 같기에 그렇다.

미국엔 유난히 나무들이 많다. 자연을 사랑하는 미국인들의 마음이 울창하게 늘어서 자라나는 가로수들에 녹아 있는 듯도 하다. 늘, 길을 지나가며 지나치는 나무들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것은 나무들을 지탱해 주는 보이지 아니하는 뿌리들이다. 뿌리들이 있기에 나무는 지탱되며 하늘 높이 가지를 펼치고 꽃과 잎을 피우며 살아간다.

인간의 마음과 영혼은 나무의 뿌리에 해당한다. 뿌리 없는 나무 없듯이 마음 없는 인간은 없다. 산에 올라갈 때마다 보는 것은 뿌리 깊은 나무는 아무리 비바람이 쳐도 끄떡없이 서 있지만 뿌리 깊지 못한 나무들은 뿌리 채 뽑혀 나둥그러져 있는 모습들이다. 순수와 영원을 사모하는 인간의 마음이 뿌리 깊은 나무에 해당되지 않을까.

인간의 영혼은 우주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나. 아인슈타인이 살아생전에 유대인 성직자인 한 랍비가 죽음에 관한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인간은 우주와 분리된 개체가 아니라 우주의 일부라며 죽음에 있어, 육신은 죽어 사라지더라도 영혼은 미립자 에너지의 형태로 여전히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 적이 있다.

영혼은 우리 마음의 깊은 뿌리에 해당되는 것은 아닐는지. 그래서 마음과 영혼은 상통하며 마음이 아플 때, 영혼도 아픔을 느끼고 함께 탄식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즉 마음의 세계와 영혼의 세계는 하나임과 동시에 둘일 수 있는 파동과 입자 같은 현상일 수도 있겠다. 우주와 닿아 있는 영혼과 마음의 세계. 무궁무진 펼치어 진다.

장애우와 장애우 가족들과 함께 등산을 한 적이 있다. 휠체어를 끌고 당기고 밀면서, 야산을 오르내리며 장애우 가족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보이지 않는 마음의 아픔에 조금은 동참할 수 있었든 것 같았다. 그리고 장애자들이 가진 장애는 육신의 장애일 뿐이지 마음의 장애가 절대 아님을 알았다. 마음의 장애인, 누구를 말할까.

부정, 미움, 시기, 질투, 모함, 멸시, 욕심, 불평 등등.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정말 장애인이 아닐까. 4월, 장애우의 달이다. 보이는 장애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장애가 우리를 더 힘들게 만든다. 뿌리 같은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세계가 선(善), 악(惡)을 선택케 한다. 마음, 정신, 영혼이 맑으면 육신도 깨끗하고 건강해 질 듯 싶다.

<김명욱(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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