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절제의 힘’

2016-04-08 (금) 김창만(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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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어떤가. 인구가 4,900만 명인 작은 나라에서 신용카드가 연 1억200만장이나 발급되었다(2013년). 인터넷 보급률과 스마트폰 보급률은 각각 82.7%, 78.5%로 세계 1위다. 성형미인 숫자와 자살률도 세계 1위이고, 일인당 음주량은 러시아 다음으로 세계 2위다. 쾌락 충동과 소유의 만족을 조절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은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닐 것이다.

동면하는 곰에게 좋아 하는 사슴의 살을 코앞에 가까이 디밀어 보라. 눈길하나 주지 않는다. 유혹받지 않는다. 곰의 절제력은 놀랍다. 자신이 작정한 5개월의 동면 기간 동안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참아낸다. 가을에 먹고 저장한 에너지를 겨울 내내 절도 있게 소비하면서 이듬해 봄을 차분하게 기다린다.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뱃길은 매우 위험했다. 험한 풍랑의 위험은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세이렌의 유혹의 노래다.


세이렌의 유혹의 노래 소리가 들려오는 협곡을 지날 때다.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에게 큰 소리로 명령했다. “돛대에 내 몸을 단단히 묶어라. 밀랍으로 내 귀를 틀어막아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게 하라.” 오디세우스는 강인한 절제의 힘으로 세이렌의 치열한 유혹을 돌파하고 무사히 고향 땅을 밟았다.

지난 2월에 이스라엘을 찾았다. 이스라엘의 2월은 지루한 건조기의 시작이다. 2월에 유대 광야에 나가면 열기에 숨이 막혀 호흡조차 힘들다. 정오가 가까워 아침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 유대 광야의 하늘은 홀연 구름 한 점 없는 푸르른 창공이 된다. 한국의 가을 하늘에서나 본 듯한 높고 푸른 하늘에서 하얀 광선은 정직하게 내려 쪼이고, 흙바람 부는 유대 광야는 낮선 감빛으로 뜨겁게 익어간다.

이 낯선 색채가 주는 의외의 아름다움과 평안함 때문에, 거룩한 뜻을 세운 신앙인들이 삼삼오오 도시를 떠나 유대 광야로 나왔다. 여기서 수많은 신앙인들이 감색 옷을 걸쳐 입고 살고 죽고 또 살고 죽었다.

그 무리들 중에 쿰란 공동체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날마다 낮에는 뜰에 나와 향나무와 올리브를 삶아 향료를 만들고, 밤에는 골방에 모여 양피 두루마리에 성경을 필사하여 항아리에 담아 보관했다. 그들은 순전히 이웃과 후대를 위해 향료와 성경 두루마리를 만들면서 단순, 절제의 삶을 살았다.

탐욕과 무절제로 가득 찬 유럽 백인들이 작성한 땅 문서에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마지못해 서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창조주가 인류에게 선물로 준 신성한 땅을 인간끼리 어떻게 돈을 주고 사고 팔수 있느냐. 우리 종족은 땅을 사고팔지 않는다. 땅은 우리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신이 리더라면 이 말을 잊지 말라. “충동을 조절하지 않으면 충동이 당신의 행동을 좌우할 것이다.”

<김창만(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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