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세 부인의 아주 특별한 하와이 외출
▶ 17번째 외손자 결혼식 참석차 하와이 방문한 민소옥 여사

100세 민소옥 여사.
하와이는 예로부터 세계인들이 백년가약을 맺기 안성맞춤인 곳으로 꼽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 고급 호텔 서비스에 따른 선택이기도 하지만, 특히 한인들의 결혼식이 하와이에서 이뤄지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혼인 당사자가 미 본토로 이주해 인연을 만났더라도, 부모나 조부모가 한국에 거주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이 경우 편의성과 상징성 모두를 따져 중간 지점인 하와이를 선택한다. 지난 2일 카알라 호텔 앤 리조트에서는 이런 이유로 하와이에서 백년가약을 맺은 한인커플이 있었다.
그리고 이 경사에, 올해로 100세에 접어든 민소옥(1917년생) 여사가 손자를 축하하기 위해 방문했다. 아름다운 나이 100세. 하와이로 특별한 발걸음을 한 민 여사를 본보가 만나봤다.

하와이에서 열린 17번째 마지막 외손자의 결혼식에 참석한 민소옥(왼쪽 다섯 번째) 여사가 가족들과 함께 했다. 왼쪽부터 다섯째 사위 윤오구, 둘째 딸 민안기, 셋째 딸 민원기, 다섯째 딸 민용기, 민 여사, 첫째 딸 민완기, 막내아들 민훈기씨.
“아이들이 걱정 안 시키고, 제짝 만나서 간다니 좋죠.”
슬하 6남매 중 다섯째 딸의 아들, 즉 민 여사에게는 17번째 마지막 외손자의 결혼이다. 혼인당사자 필립 윤씨는 미 본토인 LA에 거주하지만 부모와 조모(민소옥 여사)가 한국에 거주하는 사례다.
"사실 최근 건강이 안 좋아져 못 올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호전됐다"고 말한 민 여사는 "가족과 함께 올 수 있어 행복하다"는 소감을 힘 있게 전했다.
민 여사가 기억하는 가장 아름다운 나이는 30대 시절. "큰 걱정 없고, 아이들도 잘 자랐다. 나이 들수록 걱정이 많아지게 마련인데 그때는 즐거운 기억이 많다"고 답했다. 이어 47년 전 떠난 남편을 회고하면서는 눈 밑이 촉촉해지는 민 여사였다. 아내, 어머니, 할머니의 인생을 사는 내내 사랑이 가득한 여성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루 일과를 묻자 "특별한 것 없다. 밤에는 10~11시쯤 침소에 들고, 아침 7시쯤 기상한다. 아침식사 후엔 TV 시청, 연속극부터 토크 프로그램까지 골고루 보는 편"이라고 답했다.
가족들은 민 여사는 젊었을 때부터 매일 아침 신문을 꼼꼼히 봐 왔단다. 지금도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늘 귀를 열어둔다고.
무엇보다 궁금한 건 100세 인생을 가능케 했던 식생활인데, 민 여사가 좋아하는 음식은 '소고기, 흰 쌀밥, 그리고 단 음식'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장생비결과는 상반된 대답이 이어지자 온 가족의 웃음이 터졌다. 대신 식사량은 많지 않다. 식생활은 뭐니 뭐니 해도 행복이 우선이란 뜻이 아닐지.
그리고 놀라운 것은 지금도 홀로 지낸다는 점이다. 딸들이 앞집에 살면서 보살피지만, 모든 살림은 혼자 힘으로 일구어나간다. 독립심은 그녀를 더 강하게 만들었고, 규칙적인 생활은 그녀를 더 안정되게, 그리고 경사 때마다 함께하는 가족과의 시간이 그녀의 생을 오래 행복하게 만든 게 아닐지.
인터뷰 내내 어머니 혹은 장모를 바라보는 존경스런 눈빛과 끊이지 않는 웃음이, 100세 민소옥 여사의 삶에 가장 큰 재산인 것으로 보였다.
인터뷰 후 식장으로 향하는 민 여사의 발걸음이 젊은이처럼 가벼울 순 없었지만, 발맞추어 걷는 가족의 뒷모습은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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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지사 윤다경 기자>